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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층간 소송까지' 어느 강남아파트의 엘리베이터戰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20초

-"왜 똑같은 관리비내고 고층만 엘리베이터 편하게 쓰나" 불만
-중층 주민들 서울시 민원제기 관철, 고층은 공사중지가처분 소송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18개층 거주민이 엘리베이터 2대를 사용하는데 왜 높은 8개층 거주민은 똑같이 2대를 전용으로 쓰는 건가?"


2012년 강남 서초구 A주상복합아파트 주민 A씨는 만원인 승강기 안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주상복합아파트의 편리한 생활을 꿈꾸며 입주한 A씨에게 출퇴근 승강기 타기는 '전쟁'이었다. 2003년 준공된 아파트 1개동에 300여가구가 입주해 있는데 항상 이용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승강기는 장애인ㆍ비상 승강기를 제외하고 모두 6대가 가동되고 있었다. 각 2대씩 저층용(2~18층)ㆍ중층용(19~38층)ㆍ고층용(39~46층)으로 나뉜 채였다. 승강기가 멈추지 않은 층은 아예 문(개구부)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중층에 사는 A씨처럼 저층과 중층 거주민들은 중층과 고층 승강기 혼잡도가 크게 다른 점을 발견했다. 저층과 중층은 18~20개층씩 각각 2대의 승강기를 쓰는데 8개층의 고층 거주민도 2대를 활용하다보니 이용자 수에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중층 주민들은 고층과 같은 관리비를 내면서 더 힘들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품게 됐다. 더욱이 시공사의 처음 설계도에는 모든 승강기가 층마다 정지하도록 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불만은 폭발했다.


중층 주민들은 서울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개구부를 더 지어 승강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고층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고층부 주민들은 '저층과 중층, 고층으로 나눠 승강기를 운행하는 것은 분양광고에도 적시돼 있으며 준공 후 10년 넘는 기간동안 이 같이 운행됐다'며 시공사인 현대건설을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 재판에 중층 주민들이 보조참가인으로 나오면서 중층ㆍ고층 주민 간 갈등은 극에 달했다.


그러면서도 주민들 사이에서는 입주자끼리 다투는 것보다 시공사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승강기 계획과 시공을 잘 했다면 이런 사태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중층부 입주민들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되면서 소유자들 간 불협화음이 생겼다며 현대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에 현대건설은 2006년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승강기에 대해 어떤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받은 바 있고 개구부를 선택적으로 설치한 것도 발주자의 설계변경 승인과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며 반박했다.


이 소송에 대해 법원은 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제27 민사부(부장판사 사봉관)는 "이 사건의 손해배상이 성립하려면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원고들이 피고의 승강기 개구부 미설치 행위로 인해 안전성에 지장이 생겼거나 신체나 재산에 위험을 겪은 바가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의 경우 1대의 승강기를 사용하는 세대수가 49세대인데 승강기를 모든 층에 운행하는 이 아파트 C동의 경우 평균 46세대, D동의 경우 평균 42대 정도로서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들이 승강기 개구부 미설치로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출퇴근 승강기 타기 불만으로부터 시작된 소송전은 아직 진행 중이다. 고층 주민들이 승강기 공사를 중지해달라는 소송에서 패소하고 바로 항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층별로 나뉜 주민들은 여전히 갈등을 빚으며 일상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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