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로 비이자상품에 눈돌려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들의 야성을 일깨우고 있다. 석달전 1.75%에 이어 지난 11일 1.50%로 금리가 인하된 이후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자 비(非)이자 상품을 발빠르게 내놓으면서 체질 개선에 나서는 것이다. 영업ㆍ마케팅 전략도 예전보다 공격적으로 짜기 시작했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중 에이스화재와 제휴를 통해 모바일전용은행 '위비뱅크'를 통한 여행자보험 상품을 선보이기로 했다. 기존 은행 수익 모델과 겹치지 않은 비이자 상품으로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에서 개발됐다. 우리은행은 여행자보험 상품을 중금리 대출 상품인 '위비모바일 대출'에 이은 모바일뱅크 수익모델로 키울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마케팅 전략도 한층 공격적으로 변했다. 다음달 5일까지 소셜커머스 티몬에서 위비뱅크 앱을 다운받아 송금 등의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적립금을 주는 방식으로 신규 고객을 끌어모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존의 사고와 운영의 틀을 과감히 깨지 않고서는 초저금리 시대에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은행에서 판매하지 않은 상품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은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달 휴대폰 부품 회사인 인탑스와 성장유망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기업은행과 인탑스는 공동 추천한 기업을 투자대상 기업으로 선정하고, 기업당 10억원 이내에서 공동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 기술금융 브랜드인 T솔루션의 첫 상품으로 시설자금 대출시 담보대출과 지분투자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도 출시한다. 기업공개(IPO) 예정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되는 이 상품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일반 고객들을 대상으로 기술금융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출시도 구상 중이다. 기업은행측은 "고객 중 IPO가 예정된 기업에 우선 투자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 관련 상품을 검토 중"이라며 "사상최저 금리가 이어지면서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 고객들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수협은행도 수익형부동산 투자 상품 등으로 상품군을 넓혀 고객 이탈을 막기로 했다. 현재 상품 구상 단계로, 안정성을 최대한 높인 투자 상품으로 기획해 출시하겠다는 게 수협은행 구상이다.
은행권이 이처럼 비이자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기준금리가 1.50%까지 떨어지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수익의 90% 이상을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에서 나오는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는데, 최근 수년 새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예대금리차는 급격히 줄었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NIM)은 올 1분기 1.63%로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강신숙 수협 은행 부행장은 "기준금리가 전격적으로 인하되면서 금리 경쟁을 펼치기 힘들어졌다"며 "여ㆍ수신 이자 상품만으로는 더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보고 비이자 상품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은행의 기존 틀을 깨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1.5%로 0.25%포인트 추가 인하하면서 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4대 은행의 NIM은 0.04∼0.09%포인트 떨어지고 이자이익은 최소 2760억원에서 최대 6848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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