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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데이터중심요금제'의 둔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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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200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통신 요금 폭탄을 맞은 사례들이 종종 신문 지면을 장식하곤 했다. 어린 자녀나 청소년들이 게임이나 컬러링 등의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이용하다가 수십만원 많게는 100만원이 넘는 요금이 청구되는 사례가 있었다.


이 때만해도 휴대폰에서 데이터 서비스를 마음껏 이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2세대(G), 3G 이동전화에서는 요금이 무서워 자녀 휴대폰에서 아예 데이터를 차단해놓는 경우도 왕왕 나왔다.

요금 폭탄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자 이통사나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요금 상한제를 설치하기도 하고 일정 요금 이상이 나오면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데이터 요금 폭탄이 더이상 화제가 되지 않은 것은 아이폰이 국내 출시됨과 동시에 이통사들이 정액요금제를 내놓기 시작하면서인 듯하다. 일정량의 음성통화와 데이터를 묶은 정액 요금제는 단위당 데이터 요금을 크게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동안 요금폭탄이 두려워 데이터를 쓰지 않던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에서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해 정보를 찾고 영상도 내려받았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스마트폰의 정액 요금제는 과거에 비해 데이터 요율을 낮춘 것은 분명하지만 데이터 요금이 기본적으로 포함되면서 기존에 비해 통신 요금 부담이 올라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피처폰(일반폰)을 사용할 때는 한달에 3~4만원이던 요금이 정액 요금제에서는 5~6만원으로 뛰어 올랐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으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한달에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통신 요금에 불만이 쌓여갔다. 음성과 데이터가 패키지로 묶이다 보니 데이터가 펑펑 남아도는데 음성 제공량이 부족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이같은 문제는 전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소위 '데이터중심요금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데이터중심요금제는 기존 정액 요금제가 갖는 음성-데이터 제공량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한편, 점점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 이통사가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이동통신사의 전체 트래픽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음성보다도 훨씬 큰데 비해 매출 비중은 그 반대였다. 앞으로도 데이터 트래픽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통사들은 기존의 수익 구조를 과감히 바꾸기로 한 것이다.


해외의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살펴보면 음성은 기본적으로 제공하되 쓰는 양만큼 데이터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국 버라이즌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개편하면서 음성 요금은 인하하는 대신 데이터 구간별 요금은 올렸다. 해외에서는 음성과 데이터의 요금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데이터요금제를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데이터중심요금제가 갑자기 요금인하 수단으로 둔갑하면서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이동통신사는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도입하면 통신 요금 부담이 줄 것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도입하면 음성만 사용하는 고객은 부담이 줄겠지만 데이터를 많이 쓰면 요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일부에서는 데이터중심요금제로 요금이 올라갔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데이터중심요금제의 실체'를 국민에게 바로 알려야 한다. '요금인하'가 아니라 '요금합리화' 방안이라고.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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