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여파'로 금리내린 한은, 세월호 사태때와 다르게 금리인하 발빠른 대처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이주열 총재가 빨리 움직였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이미 사상 최저인 기준금리(1.75%)는 또 낮춰 1.50%가 됐다. 금리인하 다음날 치러진 창립 65주년 기념사에선 하반기에도 통화완화기조를 이어가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정책 일관성을 지키겠다고도 못박았다. 하지만 고삐 풀린 가계부채와 미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한은의 금리정책 변수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는 가운데 모든 경제주체들이 한은을 쳐다보고 있다.
6월 금리인하는 지난해 호된 신고식을 치룬 세월호 참사로 인한 소비절벽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 성격이 강했다. 회복세를 판가름할 '2분기'가 중요했다. 작년 2분기엔 세월호 사태로 경제성장률은 0.5%(전기대비)에 그쳤다. 전분기 성장률의 반토막이었다. 이 총재는 "메르스 사태로 경기하방성이 부각돼 먼저 움직인 것"이라면서 돌발변수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을 방어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은이 사상최저인 기준금리를 또 내리면서 심리개선과 내수활성화란 득(得)을 얻는다면 두가지 실(失)이 따라붙는다. 가계부채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 우려다. 가계 빚은 1100조를 뚫고 무섭게 치솟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정부, 감독당국과 긴밀히 협력해 가계부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했는데 정책공조를 얼마나 잘해 가계빚 뇌관을 막을 수 있을지 여부가 과제로 남았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도 중요하다.
남은 임기 3년동안 조직 안정화를 꾀하는 것도 관건이다. 정통 한은맨인 이 총재는 '평판'을 중시하며 조직의 화합을 도모해왔다. 한은 관계자는 "김중수 총재 시절은 '과속스캔들'로 조직이 몸살을 앓았던 때지 않겠느냐"면서 "지금은 정속주행을 하고 있다. 혼자 빨리 가는 쇼트트랙과 함께멀리가는 장거리계주가 모두의 성과를 높이는데 적합하다"고 평했다.
통화완화기조 하에 조직 위상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나라에선 중앙은행이 입법과 사법, 행정과 함께 '제4부'의 힘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공기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독립성과 위상을 제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장기저성장 상황에서 한은은 더이상 파티브레이커가 아니라 디플레파이터로서 정부와 정책공조를 적극적으로 해나가하는 입장인데 후자를 마치 '굴복'한 것처럼 보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그것이 창립 65주년을 맞은 한은의 과제"라고 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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