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가 집중된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의 진원지인 응급실이 아닌 외래환자가 확진 환자 발생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1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지난달 27일 삼성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은 여성(77)이 메르스 115번 환자로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당시 응급실에 있던 14번 환자(35)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지만, 어떤 경로를 통해 감염됐는지는 밝혀져지 않았다.
삼성병원에 따르면 115번 환자는 27일 오후 2시경 정형외과 외래 진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했고 진료 전 엑스레이 검사를 시행했다. 검사 후 응급실 구역의 화장실을 들렀다. 병원은 "이때 14번 환자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됐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도 이날 메르스 일일상황보고 브리핑에서 CCTV 조사 결과를 근거로 "14번 환자가 응급실에 있을때 상태가 조금 좋아서 휠체어에 앉아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기전염 가능성을 제기한다. 삼성병원에서만 14번환자가 55명을 감염시키는 등 강력한 감염력을 보이고 있는데 응급실 안에 있던 14번 환자와 접촉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병원의 정형외과 외래 진료실과 응급실은 모두 본관 1층에 있으나 두 공간이 대각선 끝에 떨어져 있어 상대적인 거리는 멀다.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공기전염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권덕철 중대본 총괄반장은 "공기 전파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고, 엄중식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만약 공기감염이 발생했다면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전파돼 더 많은 환자가 발병할 것이다.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 하루 외래환자 인원이 8000여명인 만큼 공기감염이 발생했다면 적어도 8000명의 약 5%인 400명의 환자가 발생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동안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로 확진된 환자는 응급실 의료진, 치료를 받은 환자, 환자와 동행한 가족과 친지 등으로 모두 '응급실 내'에서 발생하는 양상을 보였다. 방역 당국은 응급실 이외 지역에서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감염이나 3차 감염자에 의한 '4차 감염'의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다만 메르스의 최소 잠복기가 2일이라는 점에서 삼성병원내 4차 감염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14번 환자가 폐렴 증상이 있었고 115번 환자는 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병원에 왔기 때문에 두 환자가 엑스레이를 찍으러 영상의학과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동선이 겹쳤을 수도 있다. 115번 환자가 의료진이 매개체가 돼 14번 환자의 비말(호흡기 분비물)에 노출됐거나 비말이 묻은 문고리, 안전바 등을 만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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