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 선두주자 일본, 간호사·복지사 로봇 개발 총력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이 지난달 15일 '로봇혁명 이니셔티브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고 사물인터넷 시대에 로봇 강국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기 위함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이후 6차례에 걸쳐 '로봇혁명실현회의'를 개최한 뒤 지난 1월 23일 '로봇 신전략 5개년 계획'도 발표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협의회 출범 당일 민간 기업들에 "대규모 공장은 물론 경제ㆍ사회 영역 구석구석까지 로봇 이용을 확산시켜달라"고 당부했다.
정부가 주도하고 200개 기업ㆍ대학이 지원하는 로봇 신전략 5개년 계획의 목표는 공장, 공급망, 건설, 보건의료 부문에서 지능형 로봇 이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연간 6000억엔(약 5조3550억원)인 로봇 매출이 오는 2020년 2조4000억엔으로 늘게 된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화낙ㆍ야스카와(安川)전기ㆍ가와사키(川崎)중공업 등 일본 기업들이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로봇의 팔ㆍ다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정밀기어ㆍ보조전동기와 특수 센서 같은 부품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며 우려한다. 중국에는 로봇 제작업체가 530개나 있다. 중국 토종 로봇 메이커들의 현지 시장점유율은 2012년 4%에서 지난해 13%로 늘었다. 중국 시장을 꽉 잡고 있던 일본 기업들로서는 우려할만한 일이다.
중국과학원 로봇공학연구소의 왕톈란(王天然) 소장은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아직 품질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중국이 로봇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며 "중국산 로봇 품질이 일본산ㆍ한국산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은 미국의 로봇산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000년대 미 당국은 어마어마한 국방예산으로 무인 항공기ㆍ잠수함 등 로봇 수천대를 실전 배치했다.
미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은 2년 전 일본의 신생업체 샤프트를 인수했다. 샤프트는 두 다리로 걷는 로봇을 개발한 도쿄(東京) 대학의 두 교수가 창업한 업체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서 벤처자금을 끌어들이지 못해 결국 구글로 넘어간 것이다.
와세다(早稻田) 대학 종합기계공학과의 다카니시 아쓰오(高西淳夫) 교수는 "일본에서 벤처투자가 활성화하지 않는 한 샤프트와 유사한 일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의 첨단정밀 로봇산업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핼 서킨 시니어 파트너는 "산업용 일제 로봇만 있으면 원하는 제품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평했을 정도다.
값싼 센서와 모터, 빼어난 컴퓨터 기능 덕에 몇몇 산업용 로봇 가격은 수년 전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에서 현재 2만5000달러까지 떨어졌다. 중소기업도 첨단 로봇을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이로써 일본은 오는 2025년까지 로봇으로 생산현장의 인건비를 25% 절감할 수 있을 듯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자국의 비효율적인 서비스 부문도 로봇 덕을 볼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물류지원, 외과수술, 재해복구에서 로봇을 활용했으면 하고 바란다.
일본 정부는 상업용 무인 항공기와 간호사 로봇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파나소닉은 침대에서 휠체어로 변신가능한 로봇을 개발했다. 쓰쿠바(筑波) 대학 내 벤처에서 출발한 의료 전문 로봇 제작사 사이버다인은 노인ㆍ장애인의 보행 도우미 로봇을 만들었다.
바야흐로 인간이 로봇에 의존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