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온라인이슈팀] 4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환자 1명이 추가로 숨짐에 따라 메르스 관련 사망자가 최대 3명으로 늘어나는 등 사태가 확산되면서 전염병 방역을 위한 정부조직 자체의 문제점이 도마에 올랐다.
전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감염병 통제를 책임지는 질병관리본부장은 실장급(1급)에 머물러 있고, 현직 보건복지부 장·차관 중에 보건·의료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뒤늦게 복지부에 복수차관을 둬 차관 가운데 적어도 한명은 보건·의료 분야를 전담토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안 돼 있다.
이날 국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60·충남 아산)은 지난 4월27일 복지부에 차관을 2명 두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보건·의료 차관'과 '사회·복지 차관'을 따로 두자는 취지다.
이 의원은 "복지부는 보건·의료 분야와 사회·복지 분야의 역할과 요구되는 전문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1명의 차관 만을 두고 있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2명의 차관을 두고 있는 부처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정원 2723명에 예산이 4조4000여억원이고, 외교부는 정원 2211명에 예산이 2조400여억원 정도"라며 "정원 3025명에 예산이 46조9000여억원인 복지부에 2명의 차관을 두는 것은 결코 과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도 복수차관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복수차관제 도입 방안에 대해 "공감한다"며 "복수차관제에 대한 의견 수렴을 통해 이 제도의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메르스 확산 국면에서 정부의 늑장대응은 복지부의 장관과 한명 뿐인 차관 모두 보건 분야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장관은 연금 등 재정을 주로 연구해 온 경제학자 출신이며 장옥주 차관은 현업에서 아동·장애인 등 사회·복지 분야를 주로 다뤘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확산 당시 국내 확진환자가 나오기 전부터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당시 고건 국무총리가 총괄지휘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지 2주가 지난 뒤에야 복지부 장관이 대책본부 사령탑을 맡았다.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장의 위상이 실장급에 그쳐 감염의심자 관리를 위해 행정자치부 등 장관급 부처로부터 협조를 얻기에 불리하다는 점 등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본부장을 차관급 등 이상으로 격상시킬 필요성도 제기된다.
온라인이슈팀 issu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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