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한국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일상을 상당 부분 정지시키고 있는 메르스 사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의 상황이 고스란히 반복되는 듯한 양상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 때처럼 '우리에게 정부가 과연 있기는 하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될 정도로 정부의 무능과 부실대응이 재연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질타를 자제하고자 한다. 당장은 사태 수습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라고 생각하고 나라의 자원을 총동원해 기민하게 대응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이번 사태는 '10대 경제강국'을 넘본다고 자부하던 나라를 국제사회로부터 걱정과 우려 섞인 시선을 받는 처지로 전락시켜버렸다. 그러나 다른 나라로부터의 시선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이다. 적잖은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 때 그랬던 것처럼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며 냉소를 보낸다.
메르스의 위험성이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국민들의 심리적 공포가 커질 수밖에 없게 사태가 전개돼 왔다는 점이다. 메르스 사태를 진화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불안과 공포를 진정시키는 것이다.
그러자면 정부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환자가 발생한 지 14일이 지난 어제에야 회의를 주재하면서 "철저히 대처하라"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만 내놓았는데 이런 정도의 인식과 위기감으로는 안 된다.
종합대응 태스크포스(TF)를 속히 구성한다고 하지만 TF를 만드는 것과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세월호 참사 때도 대책본부가 구성되지 않아 구조 작업이 부실했던 건 아니다. TF를 중심으로 범정부적인 총력대응체제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병원과 환자 등에 관한 정보를 비공개하는 것도 신중하게 재검토하기 바란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괜한 혼란만 조성될 것"이라며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정보차단으로 인해 오히려 공포와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보를 구하고 나누는 이들에 대해 '유언비어나 괴담 단속' 운운해 반발을 살 게 아니라 투명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공개하기 바란다. 메르스 사태 대응, 우리 정부가 '제대로 된 정부'인가에 대한 한 시험대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