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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 화백 관련 ‘상표등록 갈등’…대전 vs 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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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지난 10월 ‘고암 이응노’ 문구 특허청에 상표등록하자 이 화백 고향 충남 홍성 들고 나서는 분위기…“상생차원에서 대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고암 이응노 화백과 관련된 상표등록을 둘러싸고 충남 홍성과 대전이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대전에서부터 시작됐다. 고암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이 지난 10월 ‘고암 이응노’란 문구를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 화백의 고향인 충남 홍성이 들고 나서는 분위기다.

상표권 유지기간이 10년으로 이 기간 중 ‘고암 이응노’ 문구가 들어간 전시회, 강연회, 출판기념회 등을 위해선 상표등록권자인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의 사전승인을 받아야해 홍성에서 열리는 고암관련행사에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홍성지역 문화계는 이응노 화백관련 사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은 상표등록을 취소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홍성 문화계 한 관계자는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이 ‘고암 이응노’란 다섯 글자를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 자기들만 쓰겠다는 건 그냥 둘 수 없는 문제”라며 “이는 대전시가 고암 이응노를 다시 한 번 가두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화백은 1967년 7월 동백림사건과 관련, 유럽에서 강제로 귀국당해 대전교도소에 2년 반 옥살이를 한 게 대전과의 인연은 전부”라며 “석방 뒤 홍성에서 잠시 쉬다 프랑스로 간 뒤 귀국이 금지돼 86세까지 그리던 조국과 고향땅을 밟아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은 홍성군이 먼저 ‘고암미술상’을 제정하고 관련 상표를 등록했기 때문이란 입장이다. 홍성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의 ‘고암미술상’ 상표등록처럼 ‘고암 이응노’ 문구를 특허청에 상표등록한 건 ‘이응노’ 브랜드사용의 남발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홍성 고암이응노생가기념관은 고암의 삶과 예술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국내 처음 ‘고암미술상’을 제정하고 2013년 6월 ‘고암미술상’이란 문구를 특허청에 상표등록 했다. 대전고암미술재단의 ‘고암 이응노’ 상표등록보다 1년3개월 앞섰다.


홍성군은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의 이 같은 해명도 말이 안 된다는 견해다. ‘고암미술상’과 ‘고암 이응노’는 다르다는 것이다. 고암통일상, 고암출판사, 고암서점 등 상호가 포함된 특정콘텐츠는 지적재산권으로 보호받을 수도 있으나 ‘고암 이응노’란 이름자체를 혼자 쓰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주장이다.


양쪽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홍성지역 문화계 사람들은 “대전 쪽에 더 강하게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는 의견과 “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과의 상생 차원에서 대화 한다”는 의견으로 갈리고 있다. 이 화백의 체계적 기념사업을 위해 홍성과 대전간의 협력체계를 갖춰 각자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잖아 귀추가 주목된다.


☞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화백은?
1904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난 수묵화가다. 일필휘지(一筆揮之)의 반추상적 그림으로 유명하다. 고암의 예술생애는 1950년 후반까지 국내서 활동하던 전반기와 1958년 파리로 건너가 활동한 후반기로 나뉜다.


1922년 해강 김규진에게 전통적 동양화법을 사사한 것을 바탕으로 전형적·일반적인 수묵화를 그렸던 게 초기의 작품세계다. 1956년 파리 정착 후 국내에서 수묵을 통해 보여준 동양적 회화를 서구적 조형감각과 접목, 예술을 세계적 차원으로 승화시킨 게 후기의 경향이다. 파리체류 뒤 서양화법에 대한 관심과 체득이 수묵채색에 담겼다. 파리 정착 후 나타나는 그의 추상은 초기의 서예적 추상과 사의적(寫意的) 추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는 초기의 파피에콜레의 수법으로 풍부한 색체와 폭넓고 미묘한 효과를 살리려했다. 그러나 만년엔 그런 화면의 뉘앙스보다 문자(한자, 한글)의 형상이 만드는 더욱 견고한 통일성과 깊은 정신적 차원을 보이는 흐름을 보였다. 그는 우리 나이로 86세 때인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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