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수, 6개월째 일본에 밀려
1~4월 누적 외국인 관광객 日 589만명…韓 459만명 그쳐
中 항공사, 일본행 항공편 늘려…日 정부도 앞장서 관광객 유치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관광 한국'에 비상등이 켜졌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경쟁국 일본이 엔저에 힘입어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에 휩싸였다. 보건당국의 초기대응 실패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불황 속 요우커 수요 덕에 특수를 누리던 유통가는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3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1~4월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는 589만명으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 459만명을 22% 웃돌았다. 외국인 관광객 수를 기준으로 일본이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로, 이미 6개월째 추월당하고 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방일 외국인 관광객보다 22%가량 많았지만 10월 3.6%로 격차를 좁히더니 11월부터는 역전됐다. 4월 한 달간 외국인 관광객 수치만 비교해도 176만명(방일)대 138만명(방한)으로 20% 이상 밀려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변화의 주도세력이 요우커라는 것과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양국 간 격차가 '메르스 사태'로 오히려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들은 메르스 감염을 우려해 벌써부터 발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 1일 현재 한국 관광 예약상품을 취소한 요우커 및 대만 관광객은 총 2500여명에 달한다. 메르스 확산 조기진화에 실패하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더욱 가파르게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광, 면세, 화장품 등 요우커 특수에 기대 호황을 누리던 업종들은 하루아침에 역성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당장 이달부터 방한객 급감과 함께 매출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최근 들어 요우커들의 특급호텔 이용이 늘면서 뒤늦게나마 특수를 누리는 분위기였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질병 문제는 자연재해나 마찬가지인 만큼 업계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서 "일단 빨리 사태가 진정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면 엔저 특수를 맞은 일본은 축제 분위기다. 지난달부터 중국 남방항공이 여름 성수기를 맞아 일본행 노선 12개를 신규로 취항하기 시작하면서 직항편이 늘어나 요우커들의 일본행이 편해졌다. 일본 정부도 최근 외래 관광객 대상 무료 와이파이를 3만 개소에 설치한 데 이어 면세상점 개설과 면세 품목 확대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 내 면세상점은 1만개소를 돌파했다. 나리타국제공항은 공항 리모델링을 통해 일본문화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요우커 맞이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일본을 찾는 요우커 수는 올해 1~4월 133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99% 급증했다. 방한 요우커는 같은 기간 207만명으로 3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일 현재 메르스 확진환자는 30명에 달하며, 현재까지 이 질병으로 내국인 두 명이 사망했다. 확산을 막기 위해 항공업계는 '의심환자 탑승 불가' 조치를 내린 상태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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