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오산 공군기지에 탄저균배달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리 군의 생물학무기에 대한 대비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이 비대칭무기의 일환으로 생물학무기를 대폭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군은 무방비상태라는 지적이다.
29일 정부당국에 따르면 북한에서 핵과 생화학무기를 담당하는 곳은 국방위원회 산하 제2경제위원회 5국이다. 북한은 1960년 화학화 선언 이후 화학전 능력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통해 1980년대 독자적인 화학전 공격능력을 확보했다고 선언했다. 화학전을 위해 북한은 5국이 관할하는 아오지화공장, 청진화공장, 함흥28 비날론공장 등 9개 시설을 운용 중이다. 군 당국은 이곳에서 탄저균, 천연두, 콜레라 등의 생물무기를 자체적으로 배양하고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이 탄저균을 이용하는 것은 전염성이 빠른 질병물질이기 때문이다. 화학무기가 화학물질을 혼합한 독성물질이라면 생물학무기는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과 세균을 독소화한 무기를 말한다. 생화학무기는 핵무기처럼 단 한 번의 사용으로, 다수의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량파괴무기(WMD)에 속한다.
하지만 우리군은 북한의 생물학무기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2013년 카르멘 스펜서 미국 국방부 화생방어사업단장은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미군 의학연구사령부에서 '생물무기감시포털 구축 협약'에 서명을 했다. 올해 말 목표로 생물학전과 생물무기 테러 등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미측과 '공동 생물무기 감시포털'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의 생물학 탐지기능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군이 북한의 생물학무기를 감지할 수 있는 장비는 생물독소감시기체계, 생물학정찰차, 휴대용 무기진단킷 3종류다. 하지만 생물독소감시체계는 물질을 감지하고 성분을 분석하는대만 2~3일 소요된다. 감지능력도 한계가 있다. 북한의 생물무기 13종류 중에 생물학정찰차는 7종류, 휴대용 무기진단킷은 5종류만 감지할 수 있다. 국군화생방방호사령부 예하의 화학방어연구소는 2016년이후에야 설립된다.
화학전에 대비한 대비물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군은 북한의 생물학전에 대비해 백신 3종류와 항생제 2종류를 보유하기로 계획을 세웠지만, 탄저 백신은 임상실험이 늦어지면서 올해까지 비축하겠다던 계획은 불가능하다.
국방부는 "탄저균에 감염된 장병을 치료할 수 있는 항생제(시프로플록사신, 독시사이클린)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프로플록사신은 독일의 화학ㆍ제약 회사인 바이엘(Bayer)에서 개발한 항생제이다. 탄저균 관련 예방 백신은 국내 질병관리본부 주관으로 2016년 개발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두창 백신은 올해 첫 예산이 편성돼 2019년이후에야 군에 배치될 예정이다. 한국 국방부는 10년 전부터 미측에 탄저균 백신 구입을 문의했지만 물량이 부족하고 해외에 판매한 사례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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