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참가하는 선수나 동참할 수 없는 선수나 모두 불만족이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프로암 이야기다. 일단 132명의 엔트리 가운데 최대 40명만 나올 수 있다는 게 맹점이다. 프로암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코스를 한 번 더 돌아볼 기회가 없다는 점부터 불평등이다. 여기에 프로골퍼로서 아마추어 VIP와의 교류는 스폰서 확보 등 흥행으로 직결된다는 대목도 간과할 수 없다.
KLPGA투어는 보통 하루 전 프로암을 진행한다. 실전과 똑같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세팅된 필드다. 초대받지 못한 선수들은 이틀 전 공식 연습일에서 샷을 점검하는 게 마지막이다. 하루 더 코스를 테스트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셈이다. 전년도 우승자와 상금순위 30위 이내, 스폰서 추천 5명 등 극히 제한된 선수들만 프로암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프로암에 나서는 선수가 반드시 행복한 것도 아니다. 체력이 바닥나도 무조건 출전해야 한다. 만약 매너가 좋지 못한 동반자를 만난다면 피로감이 더욱 쌓인다. 18홀을 마친 뒤 펼쳐지는 만찬 자리도 어색하다. 30분 안에 샤워를 한 뒤 화장까지 해야 한다. 늦으면 벌금이 20만원이다. 머리가 젖은 상태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모양새도 볼썽사납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가 올해 새로 도입한 2명의 선수를 투입하는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전반 9개 홀을 치르고, 나머지 9개 홀은 다른 선수가 맡는다. 박인비는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담이 없고, 이후 연습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LPGA가 만든 좋은 움직임"이라고 호평했다. 아마추어 입장에서는 2명의 정상급 선수와 라운드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LPGA투어는 경기도 선수 중심이다. 각자 티 샷을 한 뒤 가장 좋은 공을 선택해 다음 샷을 한다. 아마추어골퍼와 달리 자신의 캐디를 동반할 수 있어 프로암을 통해서도 충분히 샷을 점검하고 코스공략법을 마련할 수 있다. 만찬 자리도 선수가 반드시 참가해야 할 의무는 없다. 반면 KLPGA투어는 자신의 공으로 18홀을 완주해야 하고, 전속 캐디도 없다.
프로암은 물론 선수들이 어느 정도 희생할 필요가 있다. 대회를 여는 타이틀스폰서의 마케팅이 활발해야 규모가 커지고, 이는 더 많은 대회를 창설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선수는 그러나 주인공이다. LPGA투어처럼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투어를 위해 노력하는 마음을 이끌어내야 한다. KLPGA는 공무원처럼 벌금으로 모든 것을 다 해결하려는 수동적인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선수를 배려하는 프로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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