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글로벌 채권금리 급등과 환율, 주요 정책이벤트 등 증시를 둘러쌌던 대외환경이 어느정도 안정됨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다시 실적으로 이동하고 있다. 1분기 실적시즌도 마무리되면서 2분기, 나아가 올해 전체 실적에 대한 전망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1분기 실적의 특이점은 매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 등 마진이 개선됐다는데 있다. 시장에서는 유가 등 자산가격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개선은 있었지만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미약해 매출은 줄어든 '불황형 성장'이 지속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국내 주요기업들의 매출액은 예상치의 2.9%를 하회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8%, 6.3%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기업들의 실적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주로 강한 성장성에 집중했던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변동성에 대한 상대적 안정성과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에 코스닥이 코스피 대비 다시금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기업들의 성장성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성을 담보로 강한 상승흐름을 보였던 종목 및 업종들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코스닥기업들의 종목별 차별화 장세에 맞춘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 코스닥의 강세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말 가짜 백수오 쇼크로 600선 중반까지 조정을 받은 이후 다시 700선을 돌파했다.
지난해부터 코스닥의 코스피 대비 상대적 강세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주로 투자자들이 저성장시대 코스닥 기업들의 강한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 측면에서도 코스닥은 지난 2009년 이후 박스권을 6년만에 돌파했고 시가총액은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실제 실적으로 따져보면 코스닥기업들이 코스피기업들에 비해 높은 성장을 기록한 것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8년간 매출액 연평균 성장률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10.1%, 코스피는 14.6%를 기록했다.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코스닥이 11.5%, 코스피가 8.9%로 코스닥이 높았다. 하지만 매출 성장률 격차와 영업이익 성장 격차를 따지고보면 코스피와 코스닥의 매출성장률 격차가 훨씬 크다. 코스닥의 성장세가 코스피대비 전반적으로 높았던 것은 아니다.
결국 시총상위 소수 업종 및 기업의 매력이 높지 전반적으로 시장이 강한 성장성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다. 코스닥 내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과 코스피 내 반도체, 자동차, 은행 등 시총상위 기업을 비교하면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들의 투자매력도가 더 높다.
코스닥의 고성장 매력은 철저한 종목별 차별화 속에서 일부 종목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성장성이 강한 종목이라고 무작정 달려들어서는 곤란한 상황이다. 거시적 측면에서 글로벌 수요개선이 더디게 나타나고 환율부분도 국내수출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성장기업을 압축해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매디톡스, 산성앨엔에스, 컴투스, 웹젠, 휴온스, 동화기업 등이 해당된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 1분기 실적시즌이 마무리되고 있다. 실적발표를 앞두고 컨센서스가 상향조정되며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던 실적시즌이었다. 결과는 양호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1분기 매출은 부진했고 영업이익 등 마진이 개선된 형태였다. 1분기 매출이 부진했던 것은 지난 하반기 이후 상품가격이 하락하며 제품가격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마진 개선을 주도한 업종들도 대부분 유가와 관련된 업종이었다. 이들 업종의 영업이익은 시장 전체 대비 21.8%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유가 하락이 1분기 시장 전체 마진 개선의 주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분기 이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매출 성장률은 둔화됐고 마진개선도 주로 유가 하락에 의한 것이라 향후 상품가격 회복세에 따라 이익개선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의 2분기 매출액 예상치는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점차 하향조정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1분기 전반적인 실적 호조를 보였던 화학, 증권, 유틸리티, 디스플레이, 화장품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진행될 예정이다. 나머지 업종들의 상향조정폭은 미미하거나 오히려 하향한 모습이다.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매출액 예상치에 대한 안정 여부가 향후 기업 실적을 판가름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