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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3분 52초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백제의 옛 도읍지였던 공주 땅을 적시며 흘러가는 금강은 백제의 흥망의 자취와 함께 한 물줄기다. 금강변의 창벽에 올라 저물녘의 금강을 내려다보면 백제에 대한 애잔함이 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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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백제시대 충남 공주의 이름은 웅진이였습니다. 웅진은 우리말인 고마나루의 한역입니다. 고마는 곰(熊)을 뜻하고 나루는 한자로 진(鎭)을 뜻합니다. 그래서 공주는 곰나루이고 우직한 땅의 기운이 곳곳에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백제의 두 번째 도읍지였던 공주, 그 중심에 금강(錦江)이 있습니다. 전북 진안 뜬봉샘에서 발원해 서해의 군산까지. 무려 400㎞가 넘는 물길을 유장하게 흘러갑니다. 백제의 옛 땅을 가로지르며 백제 흥망의 자취를 함께 한 물줄기입니다. 금강은 비단(錦)강(江)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강변의 깎아지른 절벽인 창벽에 올라보면 비단같이 부드러운 금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름값을 넉넉히 하고도 남는 모습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1500년 넘게 지켜온 백제의 궁성 공산성과 백제 유물이 무더기로 발굴된 무령왕릉은 공주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어느 곳을 먼저 보던 백제의 숨결을 느끼기에 모자람이 없습니다. 특히 공산성과 송산리 고분군은 세계유산 등록이 확실시 되고 있기에 감동은 배가됩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둔 이맘때의 절집도 권해봅니다. 신록의 숲에 안긴 계룡산 자락의 갑사, 동학사 그리고 마곡사에는 저마다 간절한 기원이 담긴 오색연등이 솔바람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세계문화 등재 앞둔 살아 숨쉬는 화려한 백제문화
공주를 갔다면 가장 먼저 공주국립박물관을 찾아보자. 화려하던 시절의 백제가 고스란히 살아 숨쉬고 있다. 웅진시대의 백제는 문주왕, 동성왕, 무령왕을 거쳐 성왕 때 사비(부여)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64년 동안 국력을 키우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중 무령왕은 23년 동안 재위하면서 백제 중흥기를 이룩하는 데 밑거름을 마련했다.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백제 웅진시대의 궁성인 공산성. 내달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시 되고 있다.


무령왕과 백제 문화의 진수를 느끼기 위해선 공산성과 곰나루 사이에 있는 송산리 고분군을 찾으면 된다. 1971년 6호분의 침수를 막기 위한 배수로 공사 중 발견된 무령왕릉에선 백제 웅진시대의 면모를 밝혀주는 유물들이 말 그대로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발굴된 유물들이 지금 공주박물관에 고스란히 전시돼 있다.

무덤에서 발굴된 지석(誌石)엔 '사마왕(무령왕)이 서기 523년 5월에 사망, 525년 8월에 왕릉에 안치됐다. 왕비는 526년 12월에 사망, 529년 2월에 안치됐다'고 쓰여 있다. 이 지석 하나가 백제문화를 신화에서 살아 있는 역사로 만들었다. 여기서 나온 유물만 108종에 2906점.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12점이다. 유물들은 빛나는 백제 문화의 수준을 알려주는 증거다. 하지만 무령왕릉은 훼손이 심각해 1997년 말 영구 폐쇄됐다. 지금은 무령왕릉 모형전시관에 실물과 똑같이 생생하게 재현해 놓고 있다. 무덤을 직접 들어가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진 모형관 내부는 무령왕릉 앞의 5, 6호분도 함께 복원ㆍ전시하고 있어 왕릉의 전문 정보가 가득하다.


전시관에서 연결되는 고분군에 올라서면 무령왕릉을 비롯해 왕과 왕족의 무덤 7기의 고분군이 펼쳐져 있다. 백제의 혼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고분군을 보면 홀연히 백제의 시간으로 거슬러 온 듯 하다.

특히 공산성과 송산리고분군은 세계유산에 등록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는 최근 이들을 포함한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등재권고'로 평가해 유네스코에 제출했다. 등재는 내달 28일∼7월 8일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1500년 백제 고도 지켜온 궁성 공산성 성곽을 걷다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공산성의 밤은 낮과는 다른 아름다움으로 발길을 잡는다.

공주 한복판의 공산성은 백제시대 웅진성으로 불렸으며 수도를 방어하기 위해 쌓은 산성이다. 백제의 역사를 간직한 현장이다 보니 그 세월만큼이나 사연도 많다. 여기저기 역사적 사연을 간직한 누각, 절 등이 가득해 백제의 진한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산성에는 백제부터 출발한 역사가 조선에 이르기까지 첩첩이 겹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성이 앉은 자리가 적의 공세를 막아내기에 최적의 입지다.


매표소를 지나 언덕길을 오르면 정문 격인 금서루가 우뚝 서 있다. 장대하게 버티고 선 성곽이 백제의 위엄을 유감없이 과시한다. 돌덩이 하나하나를 정교하게 다듬어 질서정연하게 쌓아 올린 모양새가 여느 성과는 분명 다르다. 머리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파란 하늘을 칼로 가르듯 공산성의 아름다운 곡선이 펼쳐진다.


공산성 여행의 백미는 아름드리 거목들 사이로 난 성곽을 따라 2.6㎞ 남짓한 성을 한 바퀴 도는 산책길이다. 진남루와 공북루, 동문지와 서문지를 다리쉼하면서 다 돌아본대도 1시간쯤이면 넉넉하다.


성곽 흙길로 접어들면 신록이 우거진 숲길 너머로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한 금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성곽가의 무성한 풀 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각양각색의 야생화와 하늘로 쭉 뻗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초록을 머금고 역사 속으로 이끈다.


성곽길을 돌아 내려서면 길 끝에 금강으로 바로 통하는 공산성의 북문인 공북루가 있다. 금강과 강 건너 시가지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누각에 걸터앉아 금강의 물줄기처럼 끝없이 이어온 백제의 숨결을 느낀다.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금강변 창벽에 올라 내려다 본 금강의 낙조


공산성의 야경은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공북루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성곽의 모습은 백제의 찬란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듯하다. 9가지 색상이 연출하는 금강교 조명도 아름다워 발길을 멈추게 한다.


◇애잔한 금강의 물길에서 황금빛 백제의 역사를 보다
백제 유적지보다 애잔함을 더 짙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백제의 젖줄인 금강이다. 공주의 한복판을 흘러가면서 웅진강이란 이름을 얻은 금강은 물굽이도 유순하고 흐름도 그리 급하지 않다. 금강에서 옛 백제의 애잔한 정취를 느껴 보겠다면 해질녘 붉게 물드는 강물을 내려다보는 것을 권한다.


공주를 끼고 S자로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가 해질 무렵 온통 붉게 물드는 풍경은 이맘때가 가장 아름답다.


포인트는 국사봉에 오르는 창벽(청벽)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단연 최고다. 창벽은 금강이 공주시 반포면 도남리에 이르러 국사봉 자락을 적시고 남쪽으로 휘돌아 가는 곳에 펼쳐진 암벽이다.


청벽대교 아래 청벽가든에 차를 주차하고 국사봉 등산로를 따라 30여분쯤 오르면 전망대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를 기다리는 사진가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카메라 셔터소리가 요란하다. 금강의 물줄기를 따라 낙조가 강물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금강을 적시며 사그라지는 붉은 낙조의 풍경 속에서 무너진 백제 왕조의 애잔함이 한껏 묻어나는 듯 가슴이 저려온다.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금강을 따라 운치 있는 도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다.


금강변의 솔밭에는 곰과 나무꾼의 애틋한 사랑을 간직한 고마나루 관광지가 있다.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 고마나루는 산책을 겸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 가면 웅진단과 더불어 곰사당을 둘러볼 수 있다.


◇공주에서 만나는 청량한 기운의 절집들은 오색 연등 휘날리고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있어 이름난 절집을 안 들를 수 없다. 공주 쪽 계룡산에는 동학사와 갑사가 있고 태화산 아래는 마곡사가 있다.


'춘(春) 마곡, 추(秋) 갑사'라고 했다. 봄이면 마곡사가 아름답고, 가을에는 갑사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마곡사와 갑사를 다 들러 보면 이런 말은 별 의미가 없다. 전혀 다른 느낌의 절집이기 때문. 제법 큰 물길을 끼고 있는 마곡사가 웅장하고, 5리(2㎞) 숲길을 걸어 만나는 갑사는 소박한 절집이다.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고마나루 유원지의 소나무숲


먼저 마곡사로 간다. 물길을 끼고 갖가지 꽃과 여리디여린 잎들이 꾸며놓은 마곡사는 신록의 바다다. 사천왕문과 돌다리 부근에 연등을 화려하게 매달아 놓았는데 형형색색의 연등이 절집 풍경과 잘 어울린다.


마곡사는 640년 백제 무왕 때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대광보전의 빛바랜 단청이 고찰의 분위기를 돋운다.


마곡사에서 꼭꼭 숨겨놓은 보물 같은 길이 있다. 바로 '백범 명상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일본인에게 시해당한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기 위해 1895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마곡사로 도피해 은거생활을 할 때 거닐었던 소나무숲길이다.


계룡산 자락의 갑사의 정취도 좋다. 갑사는 계곡의 단풍잎이 붉게 물드는 가을의 정취를 으뜸으로 친다지만 봄날 초록으로 물드는 산문 부근의 오리(五里) 숲길도 이에 못지않다.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신록의 바다를 이룬 마곡사 징검다리를 건너는 관광객들.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오색연등이 내걸렸다.


420년(구이신왕 1년) 고구려의 승려 아도가 창건했다. 갑사에는 보물 제256호인 갑사 철당간 및 지주, 보물 제257호인 갑사부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


비구니 수도도량인 동학사는 신라 성덕왕 때 회의가 그의 스승 상원의 사리탑을 세우고 창건했다. 이 절에는 김시습이 사육신의 초혼제를 지냈던 숙모전과 야은 길재가 공민왕과 정몽주를 제사 지냈던 삼은각이 있다.


동학사에서 갑사로 넘어가는 산길의 청량사 터에는 남매탑이 있다. 두 개의 탑 중 7층탑을 오라비탑, 5층탑을 오누이탑이라 하여 합해서 오누이탑, 남매탑으로 불린다. 이 탑들은 고려시대에 세워졌다고 전하나, 석탑의 양식은 백제식이다.


신원사는 계룡산 자락에 있지만 그다지 알려진 절집은 아니다. 규모도 그렇거니와 이름나기로도 갑사, 마곡사 같은 절집의 명성에다 대면 어림도 없다. 대신 신원사는 더없이 고즈넉하다.


공주=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계룡산 자락에 자리한 절집 갑사.


◇여행메모
▲가는 길=
공주로 가는 길이 편리해졌다. KTX호남선이 개통된 이후 1시간 남짓이면 공주역에 닿는다. 자가용으로 가면 공산성을 기점으로 움직이는 게 좋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천안~논산 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당진~상주 간 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공주나들목으로 나온다. 이어 공주IC 교차로에서 계룡산, 공주 방면으로 우회전해 정안천을 따라가다 금강교를 건너면 공산성이다. 공산성과 무령왕릉, 공주박물관은 지척에 있다.


[여행만리]역사 품은 비단강(錦江), 붉은 슬픔을 가른다 육회비빔밥

▲먹거리= 공주에는 믿고 찾을 수 있는 '으뜸공주맛집'이 있다. 3단계에 걸친 엄격한 심사를 통해 73개 업소가 향토맛집으로 지정되어 있다. 참게탕, 국밥, 불고기, 칼국수, 산채정식 등 고도 공주에 걸맞는 다양한 먹거리들이다. 공산성ㆍ무령왕릉 주변 46개 업소, 계룡산 주변 17개 업소, 마곡사 주변 8개 업소가 있다. 이 중 공산성 앞에 있는 시장정육점식당(사진. 041-855-3074)의 알밤육회비빔밥은 맛깔스럽다. 육회의 담백한 맛과 알밤이 아싹하게 씹히는 식감의 조합이 탁월하다. 새이학식당(041-854-2030)의 공주국밥도 잘 알려져있다.


▲볼거리= 공주근대문화유산투어를 비롯해 계룡산 도예촌, 자연사박물관, 계룡산, 박동진판소리전시관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 조성된 고마나루 명승길(총길이 14㎞)은 약 4시간30분 정도 걷는 트레킹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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