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와의 전쟁' 선언했던 이완구 전 총리…14일 피의자로 검찰 소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완구 전 국무총리 소환 일정이 확정되면서 검찰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14일 오전 10시 이 전 총리를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8인 중 홍준표 경남도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소환한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4일 충남 부여·청양 재보궐 선거 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충청권 맹주를 자처하며 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군 중 한 명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3월12일 대국민담화에서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본인이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처지가 됐다.
이 전 총리는 4월14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만약 돈 받은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면서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음료수 '비타 500' 박스에 현금 3000만원을 넣어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오면서 조롱의 대상이 돼야 했다.
이 전 총리는 처음에는 극단적인 언어까지 사용하며 적극적인 반론을 폈지만, 4월27일 총리직 사임 이후에는 철저한 침묵 속에 검찰 수사를 대비하고 있다.
검찰도 홍준표 지사 사건과는 달리 금품공여자(성완종 전 회장)가 생존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 정교한 수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돈을 전달한 시점과 전달 방법(비타 500 박스)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의혹도 나왔지만, 검찰은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있다.
검찰과 이 전 총리 측 모두 일찍 '패'를 꺼낼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이 전직 총리 신분인 여권의 거물급 정치인 소환을 단행한 것은 혐의 입증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돈을 전달한 시점에 동행했던 측근 인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사건의 재구성'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이 전 총리 측이 성 전 회장 측근인사들에 대해 증거인멸과 회유를 시도했다는 정황을 잡고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 있다.
그러나 검찰이 스모킹건을 내놓지 못할 경우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검찰이 '이완구 수사'에서 제동이 걸릴 경우 다른 이들에 대한 수사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성완종 메모'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 전 총리 소환을 단행하면서도 그의 신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 사건의 특성상 수사 대상자의 실무적 신분을 규정하는 용어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신분일지는 조사 당일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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