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는 커졌지만 경쟁력은 그 규모를 못 따라가는 국내은행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수치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어제 발표한 국내은행의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3000억원) 대비 8000억원 늘었다. 61.7%나 늘어난 것이니 얼핏 좋은 실적을 올린 듯하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허약한 실상이 드러난다.
국내은행의 전통적 본업이랄 수 있는 이자이익은 8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00억원 줄었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1조8000억원으로 작년보다 1조3000억원 늘어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예금ㆍ대출 위주에서 탈피한 수익 다각화가 우리 은행의 오랜 과제라는 점에서 이자수익 비중이 낮아진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일까. 결코 아니다. 이자수익 감소는 1%대 기준금리 시대의 도래로 인해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줄어들어 맞게 된 상황일 뿐이다. 급증한 비이자이익도 그 내용이 양호하지 않다. 1분기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평가익,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가치 상승, 국민은행의 법인세 환급액, 우리은행 등의 소송 관련 지연이자 수익 등 대부분 일회성 이익이었다.
수익지표에서도 장기적인 악화 추세가 확인된다. 순이익을 총자산으로 나눈 총자산순이익률(ROA)은 1분기에 0.40%로 1년 전보다 0.12%포인트, 자기자본 대비 순이익 비율인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5.38%로 1.67%포인트 올랐지만 최근 10년 평균 0.60%, 8.04%보다는 크게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총자산을 늘리며 외형을 키워 왔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은행들의 수익구조가 견실하지 못하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단기간에 개선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초저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지금의 상황은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시급한 과제로 제기한다.
은행들은 단기실적 위주 경영전략이나 유사 사업들 간 과열경쟁에서 벗어나 금융기법을 고도화하고 사업을 한층 다각화해야 할 것이다.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로 대표되는 '관치(官治)'로 은행의 발전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돼 온 정부와 금융당국도 부당한 개입 대신 은행의 경쟁력 강화 지원에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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