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시민위원 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 김용만씨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내용을 역사에 관심이 부족한 젊은 세대들에게도 널리 알리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기념사업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6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기자설명회. 조광(70) 서울시사편찬위원장 등 각계의 거목들이 자리한 가운데 이제 막 서른에 접어든 젊은 청년 하나가 좌중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얼굴의 청년은 서울시가 구성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 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김용만(29)씨다.
김씨가 관심을 모은 이유는 바로 임시정부를 이끈 우리나라 독립운동가의 대표적 인물인 백범 선생의 증손자이기 때문이다. 백범의 핏줄인 만큼 그의 가문은 대대로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의무를 다 해왔다. 실제 증조부인 백범선생은 물론, 조부 역시 공군의 초기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김신(93) 예비역 중장이며, 부친 김양(62)씨 역시 공군 중위로 전역하고 국가보훈처장을 지냈다. 김씨 본인 역시 공군 학사장교로 3년을 복무해 현재 방위산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씨의 가문은 지난해 국방부로부터 '병역명문가'로 표창을 받기도 했다. 정부가 광복군(光復軍)을 창설한 백범 선생을 비롯해 4대가 국가와 민족에 헌신한 공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김씨가 시민위원으로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에 나서게 된 것은 단순히 백범 선생의 후손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광복 70주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위원회에 저 처럼 젊은이를 넣은 이유는 청년세대에게 광복의 의미를 알리고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씨에게 광복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으레 할 법한 상투적인 답 대신,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솔직한 답을 내놨다. 그는 "일제(日帝) 강점기를 살던 이들과 증조부님께 광복이란 독립과 해방을 의미했다"며 "하지만 이 정의는 70년 후를 살고 있는 오늘의 젊은 세대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김씨와 시민위원회가 강조하는 것은 '나의 광복'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자칫 화석화 돼 버릴 수 있는 광복의 의미를 시민 개개인으로부터 다시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의미에서 김씨는 광복을 '통일'로 정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70년간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단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남북(南北)이 한 민족이라는 점"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광복은 '통일'이라고 재정의 하고 싶다"고 말했다.
31인의 시민위원 중 하나로 활동하게 될 김씨는 오는 6월26일 충청남도 공주시 마곡사에서 길러진 무궁화를 서울 효창공원에 옮겨 심는 행사에 참여한다. 마곡사는 한 때 백범 선생이 머물렀던 공간이고, 효창공원은 그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또 그는 8월15일 광복절을 전후로 이어지는 광복 기념행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시는 이번 광복 7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먼저 시는 일제가 세운 국세청 남대문 별관을 허물고 광장을 조성한다. 이곳은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 영친왕(英親王)의 어머니 순헌황귀비 엄씨의 위패를 모신 덕안궁(德安宮)이 자리하던 곳이다. 이어 시는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숨져간 서대문형무소, 국권 피탈의 현장인 남산 등에 상징 표석 등을 세우고 3ㆍ1 운동 100주년인 2019년까지 용산가족공원에 독립기념 조형물을 설치할 계획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