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김혜민 기자] 기업들도 직장어린이집이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부담 등 현실적인 장벽으로 인해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한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매년 내놓는 '직장어린이집 설치현황 실태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민간기업 251곳(복수응답) 중 66곳(26.3%)은 '비용 부담'으로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인건비 등 어린이집 운영비를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44곳ㆍ17.5%)'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기업에서 비용 때문에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보육 수당 지원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대체하는 것이지만 올해부터는 이마저도 어렵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확대하는 차원에서 올해부터 보육수당 지급을 직장어린이집 대체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최대 1억원의 이행강제금도 부과한다. 외부 어린이집과 계약을 맺고 직원 아이들을 맡기는 위탁운영 역시 2017년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사업장이 어린이집을 직접 설치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지만 그간 비용 부담으로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미뤄온 기업에는 비상이 걸린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육수당이나 위탁운영으로 직장어린이집을 대체해 온 수단이 아예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제는 직접 직장어린이집을 하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 간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혼자하기에 무리가 있다면 공동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인근에 있는 기업 간 공동 컨소시엄을 만들고 보육센터나 인근 지역의 지원을 받아 직장어린이집을 설립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지 마련부터 설치비, 운영비 등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업 형편에 따라 분리해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기업이 부지를 갖고 있는데 설치비용이 부족하다면 정부가 설치비를 지원해주고 반대로 땅이 없다면 국유지를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빌려주는 식이다.
유희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인지정책연구실 실장은 "한 가지 지원 유형만 고집하지 말고 부지, 설치비, 운영비를 따로 놓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직장보육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 보다 오래 운영된다는 점에서 운영비와 교사비용도 추가 부담이 있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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