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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특검 만능론과 꼬리곰탕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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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차장] '특검 만능론'의 허상을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 있다. 2007년 12월17일 대통령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이명박 BBK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국은 요동쳤다. 대통령 당선자가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초유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기막힌 사태'가 발생했다. 이른바 '꼬리곰탕 특검' 논란이다. 'BBK 특별검사팀'은 2008년 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을 방문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조사한 장소를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이 추적 취재에 들어간 결과, 장소는 서울 북악산의 고급 한정식집인 '삼청각'의 한 연회장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대통령 당선인과 1인당 3만2000원짜리 '꼬리곰탕' 정식을 함께 먹으며 조사(?)를 마무리했다. 역대 특검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BBK 특검'은 면죄부 결론과 함께 조롱 섞인 뒷얘기만 남긴 특검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특검은 시작만 떠들썩하고 결과는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99년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을 시작으로 2012년 'MB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까지 11차례 특검이 도입됐다. 그러나 2001년 '이용호 게이트' 특검, 2003년 '대북송금' 특검을 제외하면 대부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끝이 났다.

심지어 면죄부만 안겨준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때마다 '특검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지만, 그때뿐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특검은 만병통치약처럼 급부상한다.


[아시아블로그] 특검 만능론과 꼬리곰탕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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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라는 제도는 현실적 한계를 부인하기 어렵다.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인물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특검후보추천위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여당 측 위원이 다수를 점할 수 있는 구조다. 정치 중립성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특검은 수사준비를 끝내고 60일 안에 수사를 완료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수사력의 한계와 시간의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특검은 꼭 필요한 제도다. 검찰이 '거악(巨惡)' 척결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수사중립성에 문제가 드러난다면 특검에 수사를 맡길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특검 카드는 꼭 필요할 때 꺼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 수사도 마찬가지다.


불법 정치자금과 대선자금 문제가 걸린 사안이다.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정치권이 특검 도입을 역설하는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말로는 철저한 진실규명을 외치고 뒤로는 수사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모습 아닌가.


검찰을 믿고 기다릴 때와 특검에 수사를 맡길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검찰 입장에서도 조직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결과를 내놓으면 '정치검찰' 색안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검찰이 수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 일단 지켜보는 게 순서 아닐까.


어차피 '운명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조만간 내놓을 수사 결과물을 보면 검찰이 다시 냉소의 대상이 될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지 판가름할 수 있다. 지금은 어설픈 특검 만능론을 펼칠 때가 아니라 검찰의 칼날이 '거악'을 정조준하고 있는지 감시해야 할 때다.






류정민 차장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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