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바꿔주는 곳, 1년새 120개 급증…명동 일대 가보니
작년 외국인 입국자 중 절반 중국인…中 3대 연휴 맞아 손님 맞을 채비 끝
호텔숙박업 겸업 환전상 490곳으로 가장 많아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노동절을 맞아) 총알 받을 준비하고 있는 거죠."
중국 최대 연휴인 노동절(4월30일~5월4일)이 시작되면서 환전상(환전영업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노동절은 2월 춘제(중국 설), 10월 국경절과 더불어 중국의 3대 연휴로 꼽힌다. 명동에서 환전에 나서는 외국인 중 대부분이 중국인인 만큼 이들도 중국인 손님 맞을 채비에 바빠졌다.
명동 일대에서 환전상을 한지 4년이 됐다는 A씨는 "명동상권 자체가 중국 VIP를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며 "비수기와 비교해 30% 손님이 더 오고 있고 이들 중 다수가 중국인"이라고 말했다. 환전상들이 말하는 '총알'은 중국 특수를 일컫는다. 신세계 백화점 근처에서 환전상을 하는 조선족 B씨도 "명동은 이제 중국이다. 70~80%가 중국인 관광객"이라고 반색했다.
법무부 출입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승무원을 뺀 외국인 입국자 1268만명 중 중국인이 566만명(44.7%)으로 가장 많고 이어 일본(225만명ㆍ17.8%), 미국(80만명ㆍ6.3%), 대만(67만명ㆍ5.3%) 순서다. 중국인 입국자 숫자는 2010년 172만명에서 4년 만에 3배로 커졌다. 남대문 근처에서 환전영업을 하는 C씨는 "중국인 관광객 대부분이 카드를 쓰고, 가이드들이 중간에서 환전을 해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체감 손님이 늘어난 건 크게 모르겠다"면서도 "관광객이 늘면서 새로 생긴 환전상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환전상도 크게 늘어났다. 환전상은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국은행에 환전업무 등록신청서를 내면 된다. 환전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표시된 건물등기부등본, 영업장 도면 등 몇가지 서류만 신고하면 환전업무를 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전국 환전상 수는 1409개로 1년 전(1289개)보다 120개나 늘었다. A씨는 "은행을 은퇴하고 나중에라도 환전상을 하면 어떠냐고 창업상담을 해오는 친구들이 있다"면서 "그러면 (포화상태인) 명동에선 절대 하지말라고 이야기한다"고 귀띔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624개)은 1년새 104개나 늘었고 경기지역 환전상도 206개에서 220개로 14개 많아졌다. 공항이 있는 인천(68개)은 13개, 중국인들이 좋아한다는 제주도는 11개가 늘어 100개가 됐다. 이밖에 충남(24개), 경북(32개)이 각각 2개씩 늘었고 대구(38)가 1개 늘었다. 반면 부산(102개)은 8개가 줄고 울산(11개)은 5개가 감소했다. 전남(29개)과 경남(42개)은 4개씩 줄었다. 강원(42개)과 충북(19개)도 각각 3개가 감소했다. 광주(18개)와 대전(20개), 전북(16개)은 변동이 없었다.
환전상 유형별로는 호텔숙박업소가 겸영하는 환전상이 490개로 가장 많고 개인 환전상 443개, 백화점, 마트 등 판매업소가 겸영하는 환전상 202개 여행사나 음식점, 부동산중개업소 등 기타 업소 겸영 환전상이 133개로 나타났다. 이어 농ㆍ수협 단위조합, 신협, 새마을 금고 등이 94개를 각각 차지했다. 법인 환전상 31개, 카지노업과 같이하는 환전상은 16개로 집계됐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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