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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보험사기' 한입으로 두말하는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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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금융당국이 2주전 만해도 보험사기를 척결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제와 소송을 자제하라니요. 그렇다면 보험사기를 그냥 두겠다는 뜻인가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험사들이 금융당국의 조변석개식 정책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과도한 소송행위를 자제하라고 요구한 것이 발단이었다. 금융회사의 분쟁조정 관련 소송 중 대다수를 보험사가 차지하고 있어 이번 대책은 사실상 '보험사 소송억제책'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보험사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금감원이 2주전 내놓은 '보험사기 척결 특별대책'과도 엇박자가 나는데다, 보험사 소송제기 건수가 과연 과도한가에 대해 따져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14일 '보험사기 척결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보험사기 규모가 60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2012년에 비해 30% 넘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입원보험금을 노린 과다입원이 급증해 세부 입원 인정기준을 마련하겠다고 금감원은 호언했다. 그랬던 금감원이 2주 뒤에는 보험소송이 늘었다며 자제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보험 사기가 늘어나면 관련 소송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인과관계를 무시한 채 소송 자제를 요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2주 전 대책은 금감원 보험조사국이 발표했고 2주 뒤 대책은 금융혁신국이 발표했다. 부서간 협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과도한 소송으로 인한 논란을 막겠다는 금융당국의 의도는 이해된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소송은 달갑지 않다. 소송제기 건수가 공시되는 상황에서 회사 평판도 좋아지지 않고 불필요한 비용도 소요된다. 그런데도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소송 내용도 채무부존재, 부당이익반환청구 소송 등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진행된다는 것이 보험사의 설명이다.

물론 가입자들에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거절시킬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행위는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 그렇다고 보험 사기 척결과 보험 사기 소송 자제라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병립할 수 없다. 2주 간격을 두고 발생한 금융당국의 엇박자가 시장의 혼란을 키운 꼴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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