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덕에 실탄 풍부' 올해 418억달러 M&A 성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 기업 수집에 나서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 규모는 418억달러(약 44조496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 수준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M&A 규모는 212억달러였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지난해 연간 M&A 규모 534억달러를 쉽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투자에서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엔저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저는 일본 기업들의 해외 자산 인수 비용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해외 기업 M&A에 부담 요인이다. 하지만 엔저 덕분에 수출이 늘어 일본 기업 이익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늘어난 M&A 실탄이 비용 부담을 상쇄해주고 있다.
1분기 기준 해외 M&A 규모는 소프트뱅크가 미국 3위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 넥스텔을 201억달러에 인수했던 2012년 4분기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컸다. 2012년 4분기에 엔화가 달러당 80엔에 거래될 때였다. 당시는 엔고가 해외 M&A의 기본 배경이 됐지만 엔화가 달러당 120엔을 기록 중인 지금은 엔저에 따른 실탄 증가가 M&A 증가의 근본적 배경이 되고 있다.
현재 엔화 가치는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일본 기업들은 2조달러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의 츠노다 신스케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기업들은 현재 많은 현금을 갖고 있다"며 "이 돈을 어디에 쓸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과 정부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해외 M&A가 증가하는 이유다. 기업들이 주주환원을 위해 수익률을 높일 필요가 커졌고 이에 따라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들의 인수합병 식욕은 높은 프리미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본 기업들은 현 주가 대비 평균 46%의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해외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다. 글로벌 M&A 평균 프리미엄 비율 22%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시티그룹 글로벌 캐피털 마켓츠 재팬의 유이치 짐보 투자은행 부문 대표는 "최근 일본 기업들은 M&A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고 빠른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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