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혜민 기자]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인수금액으로 시장의 예상보다 낮은 6007억원 수준을 제시하면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산업 되찾기가 예상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채권단이 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을 원하고 있어 유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재입찰이 진행되더라도 6000억원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인수금액을 제시할 만한 후보군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이날 오후 3시 산업은행에 제출한 금호산업 본입찰에 단독 응찰하면서 인수금액으로 6007억원을 제시했다.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 등을 통해 보유하게 된 57.5%(약 1955만주)다. 인수금액은 1주당 3만1700원 정도로 28일 종가(2만2850원)에 1주당 8850원(38.7%)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에 해당된다.
호반건설의 제시금액은 당초 시장에서 전망한 8000억원∼1조원 수준을 하회하는 것이다. 채권단 역시 9000억원 + α 가량의 규모를 인수 적정 가격으로 판단해왔다. 채권단은 이날 오후 채권단 운영위원회를 열고 호반건설의 인수가격에 대한 수용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찰 혹은 수용 여부는 이날 회의를 거쳐 전체회의에서 결정날 수 있다.
채권단이 예상한 금액보다 호반건설이 써 낸 금액이 너무 낮다고 판단하면 유찰시키고 재입찰에 부칠 수 있다.재입찰에 부치면 입찰 과정이 반복되고 사모펀드와 대기업이 응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두의 관심은 이제 박삼구 회장에 쏠렸다. 통상의 입찰과 달리 이번 금호산업 입찰 과정에는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 청구권'이 있다. 박 회장으로서는 호반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경우 호반이 써낸 6007억원에 1주당 가격(3만원 내외)을 더 쓰면 금호산업 지분 50%와 1주를 더 갖게 된다.
시간도 박 회장의 편이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 채권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하면 채권단은 금호그룹에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여부를 묻게 된다. 답변 시한은 1개월이다. 금호그룹이 행사를 하겠다는 답신을 해도 2개월 내에 계약금액의 일부만 먼저 내고 이후 3개월 내에 완납하면 된다. 이런 일정 등을 감안하면 인수완료까지 최장 5개월 가량의 시간을 벌게 된다. 박 회장으로서는 이 기간에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고 금호고속 인수전도 병행할 수 있게 된다.
금호그룹은 말을 아끼고 있다. 금호그룹과 금호산업 관계자들은 "현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우선협상대상자 통보가 오면 절차에 따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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