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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의 환율이야기]똥 눈 미국, 우리에겐 "방귀꼈다" 성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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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의 환율이야기]똥 눈 미국, 우리에겐 "방귀꼈다" 성내 꿀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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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벌써 3번째다. 우리나라 외환당국이 미국에게 꿀밤을 맞은 횟수 말이다. 지난해 4월과 10월, 그리고 이달이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자체 보고서에서 "한국 당국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외환시장) 개입을 상당히 늘린 것 같다.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달러원 환율이 내려가야(원화가치 상승) 하는데 한국 정부가 환율을 끌어올리고(원화가치 하락) 있다는 거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에게 "환율 갖고 장난 그만쳐라"라고 버럭 소리지른 셈이다.


환율은 화폐 간 교환가치로 시장에서 거래되며 자연스레 형성된다고 배웠다. 화폐도 하나의 상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알 수 있다. 원화와 달러를 비교했을 때 달러가 더 가치 있으니 '1달러 주면 1000원 달라'고 약속하는 게 환율이다.

그런데 각 나라 외환당국은 불가피할 경우 환율 시장에 개입하기도 한다. 환율이 급작스레 오르거나 떨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해 최소한의 개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예컨대 짧은 시간 안에 달러원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같은 수출액을 기록했는데 손에 쥐는 돈의 양이 절반 혹은 삼분의 1로 줄어든다면 자금난을 피할 길이 없다.


최소환의 개입이 아니라 적극 개입할 때도 있다.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기업에게 이득이니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하는 경우들이다. 일종의 환율 조작이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노려보는 것도 그런 식의 외환개입을 했다는 시각에서다. 지난 3분기 동안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8.8% 하락했다.


우리나라 외환당국은 억울하다. 그런 적이 없다는 거다. 당국은 "의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고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미세 조정할 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러는 걸까.


의심가는 부분은 있다. 지금 미국은 달러 약세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이다. 올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달러 강세가 예상되고 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업체들의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미국의 3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온 것은 달러 강세에 따른 수출업체의 부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특히 한국은 대미무역 흑자국가다. 업체들은 국회에 로비하고 오바마 정부도 경제지표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으니 우리나라 원화를 잡고 '정신 똑바로 차리라'며 뒤흔든 셈이다. 그 영향일까. 달러원 환율은 지난주 내내 하락세(원화가치 상승)를 그렸다.


환율은 대표적으로 국가의 힘이 작용하는 영역이다.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뿌려대며 달러 약세를 유도한 미국이 우리에게 "외환개입 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꼽지만 어쩌랴. 그동안 내심 원화 약세를 용인해 온 우리 외환당국도 잘못이 없지는 않지만 미국 재무부의 태도는 아무리 봐도 지나친 감이 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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