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정현진 기자, 원다라 기자] 18일 열린 세월호 1주년 범국민대회가 갑작스레 취소되고 참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경찰과 시민들이 대치하며 충돌을 빚고 있다.
4·16 연대 등은 이날 오후 3시30분께부터 서울시 중구 서울광장에서 주최 측 추산 1만명(경찰 추산 8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1주년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2시10분께 부터 16일 밤 1주년 추모제를 마치고 광화문 누각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유가족 등 100여명 중 2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특히 범국민대회 진행도중 단원호 희생자 고(故)박혜선 양의 어머니 임선미(51·여)씨가 무대에 올라 오열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임씨는 울부짖으며 "자식을 잃은 우리가 가해자냐, 피해자냐"며 "(유가족들이 연행되고 있는) 광화문 광장으로 제발 와 달라"고 말했다.
이어 김혜진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존엄과 안전 위원장이 "지금 광화문에서 가족들이 계속 연행되고 있어 더 이상 오늘 범국민대회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광화문으로 지금 당장 가 달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직후 시민들은 서울광장을 벗어나 광화문 광장 방향 세종대로로 진출했다. 대기하고 있던 전경은 급히 차벽과 방호벽을 설치했다. 대치가 이어지며 흥분한 참가자들이 집기를 뺏어 집어 던지고, 경찰이 시민에게 달려드는 등 충돌이 빚어졌다.
경찰의 차벽이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을 통해 종로 방향으로 진출했다. 그러나 이곳에도 경찰 병력이 투입돼 차벽을 설치하는 등 '철통방어'에 나서기 시작했다. 통행조차 통제되면서 이 일대를 지나던 시민들의 불만도 커졌다.
청계광장을 지나던 부암동 주민 장정원(21)씨는 "집에 가려고 30분을 헤메는 상황인데 경찰은 길을 막아선 채 지하철을 타고 가거나 서대문경찰서까지 걸어가 버스를 타라고 했다"라며 "지난 16일 추모제 당일에도 경복궁역 인근 봉쇄됐었는데. 집에 가기 위해 경찰에게 주민등록증까지 제출해야 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용산구 주민 위현정(29·여)씨역시 "지난 16일 추모제 때도 경찰이 과도하게 막아서는 바람에 직장이 있는 광화문에서 야근 후 새벽 1시가 돼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오늘도 꼼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인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일반 시민들의 통행까지 막아서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이날 종각역 2번출구도 경찰들에 둘러싸여 막혀있었다. 시민들, 외국인관광객들이 통행을 요구하며 항의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다급해진 일부 시민이 출입구의 벽을 넘어서다 떨어져 작은 부상을 입는 일도 벌어졌다. 시민들은 "세금 한 번 밀린 적 없다", "시위와 관계도 없는데 왜 문을 열지 않는거냐"라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한 30대 남성은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하는데 지금이 계엄상황이라도 되는건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시켰을리 없다. 경찰이 과도하게 막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광화문광장까지 막혀있던 경찰의 저지선이 뚫리면서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청와대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하기 위해 광화문 앞까지 이동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찰이 차벽으로 일대를 둘러싸고 있어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참가자들은 경찰버스를 밀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중이며,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과 물대포를 쏘며 강력히 저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날 범국민대회에 앞서 150개 중대, 1만2000명의 병력, 20대의 경찰 버스를 동원해 차벽을 설치하고 충돌에 대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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