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구 자민련계 불만..충청지역 보수 대결 재현될 수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여당 내 새로운 갈등이 돌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이라는 기존 계파 간 기싸움에 이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요 정치무대였던 충청남도 내 정치적 대립구도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총리가 사정대상 1호' '재보궐 선거사무소에서 독대해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말해 이 총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성 전 회장은 충남 서산·태안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역임했고 이 총리는 충남 부여·청양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당내 의견은 성 전 회장을 옹호하는 쪽과 이 총리를 비호하는 쪽으로 갈린다. 충남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재선의원은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성 전 회장의) 재산축적과정을 언급했는데, 그 얘기는 왜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원내대표 때는 안 그랬는데, 총리되고 나니 유연성이 사라진 것 같다"며 비판했다.
반면 이 총리와 친밀한 대전 지역구의 한 의원은 "재보선 당시 선거사무소에 출입했던 기자들도 성 전 회장을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며 "성 전 회장이 망인이 된 것은 안타깝지만 당에 분란을 야기한 것 같아 섭섭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개인 성향일 수 있지만, 한동안 잠재돼 있던 선진통일당과 새누리당 사이의 계파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10월 새누리당과 합당한 선진통일당의 원내대표를 맡은 바 있다.
충청 정치권 사정에 밝은 새누리당 의원은 "이 지역은 자민련(자유민주연합·선진당 전신)과 새누리당이라는 두 보수세력이 갈등을 벌여온 곳"이라며 "대선 승리를 위해 몇 년 전 합당을 했지만 여전히 앙금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성 전 회장이 2013년 새누리당 충남도당위원장을 맡은 것과 관련해서도 "합당 후 계파 안배차원에서 임명한 것이지,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충남에 지역구를 둔 야당 의원도 "양당이 합당한 이후 지금까지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결국 성 전 회장 리스트 파문이 커질수록 지역 내 보수 간 대립은 더욱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
충청과 비충청권 간 갈등 조짐이 걱정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충남지역의 여당 의원은 "다른 지역 의원들이 농담으로 충청권 의원들과는 앞으로 일 못하겠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농담이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뼈아프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충청권이지만 충북지역 의원들은 충남과 뚜렷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충북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의원은 "자민련 시절부터 충남과 충북은 색이 달랐다"면서 "요즘 한창 말이 많은 충청포럼도 충남 인사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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