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결과 안나왔는데… 당사자들 발언 뒤집으며 '자충수'
-"무죄 나오더라도 정치적 타격 상당할 것"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죽은 성완종이 산 8인을 잡고 있다'
56자 메모에서 시작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불거진 뒤 이름이 거론된 8인의 정치적 내상이 점차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검찰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바뀌는 발언들이 정치인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모양새다.
성완종 메모에 오른 8인들의 발언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10일 "저와 성 회장은 개인적으로 친밀한 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가 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개인적으로 만났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비서실장이 된 뒤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가 16일 언론 인터뷰에서 "기억을 되살려 보니 착각했던 것 같다"고 말을 바꿨다.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19대 국회 이전에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가 한 방송에서는 "성 회장이 기록한 18차례보다 더 많이 만난 느낌이다"라고 모호한 해명을 했다.
성 전 회장이 더 이상 진술하지 못하는 만큼 메모에 오른 8인이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정치인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성 전 회장과 사실상 대질심문을 하는 처지가 됐다.
해명 발언 뒤 반박 발언을 싣는 식으로 이어지는 보도도 의혹 당사자들의 정치적 타격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이 총리와 김 전 실장 모두 발언을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말을 뒤집었다.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어긋나면서 해명이 의혹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는 셈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커지면서 기업인이자 정치인이었던 메모와 육성 모두 성 전 회장의 치밀한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목숨을 끊기 전 육성파일을 보면 돈을 준 시기와 공소시효등을 언급하는 내용이 수차례 나온다. 돈을 준 이들도 친박계로 선을 그었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정치인들의 검찰 수사 결과가 무죄로 나오더라도 정치적 내상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범 법무법인 민우 변호사는 "증거관계상 유죄의 심증을 확정하기 어려워 기소가 안되더라도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돈을 안 받았다고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미 해당 정치인들이 공인으로서 수차례 말을 바꾼 만큼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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