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주식 투자는 자본가와 동업하는 길"
주식은 파는 것 아니라 사는 것…"투자 무조건 하고 길게 해야 한다" 철학
장기 투자로 노후 대비해야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왜 주식에 투자해야 할까. 근원적 물음에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57)는 명쾌한 답을 내놨다. "주식 투자는 무조건 해야 하고 길게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오랜 철학이다.
리 대표는 17일 "주식을 사는 것은 그 회사와 동업하는 것과 같다"며 "아직도 많은 사람이 주식을 도박이나 투기로 착각하고 있다"고 쓴 소리부터 뱉었다. 그는 "자본주의를 살면서 간접적으로 회사의 자본가가 되는 길"이라며 "시작은 작지만 월급의 5~10%를 의무적으로 주식에 투자하면 한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식이 두렵다면 펀드가 대안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초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맡고 나서 10개 펀드를 한 개로 묶고 자사 임직원이 모두 펀드에 가입하도록 했다. 리 대표는 "펀드를 만드는 자산운용사 직원이 자기 상품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펀드매니저 스스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어떻게 투자자에게 팔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메리츠코리아' 펀드의 설정 후 수익률은 36%에 달한다. 매매 회전율은 5% 미만으로 국내 펀드 중 최저 수준이다.
한국의 금융 시장은 미얀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센' 지적이 이어졌다. 리 대표는 "미얀마 수준의 한국 금융 시장은 굉장히 좋은 시장"이라며 "주식 투자를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어 오히려 살 만한 좋은 물건(종목)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어려서부터 돈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주식 투자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통해 막연한 공포를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하반기 스몰캡 펀드를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리 대표의 또 다른 철학인 '장기 투자'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테면 몇 년 동안 펀드 환매를 못 하도록 기간을 묶는 방식이다. 리 대표는 "한국 사람의 단기 투자 문화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며 "우리 펀드 상품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팔려는 고객이 늘고 있는데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이 없어지지 않는 한, 주식시장이 없어지지 않는 한 10년, 20년을 기다리면 가장 좋은 투자 수단이 주식과 펀드인데 투자자가 믿지 못한다며 개탄했다.
그는 미국에서 첫 직장을 잡고 가입했던 펀드를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누적 수익률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100만달러는 넘는다고 했다. 리 대표는 "주식 투자로 처음 자본가의 길에 들어선 다음에는 장기 투자를 꼭 해야 한다"며 "동업자를 매일 바꾸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맥주 회사 주식을 샀는데 주위에서 그 회사의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며 "주식은 파는 게 아니라 사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월급쟁이에 고했다. "지금 당장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고 잊어 버려라. 은퇴 후 고생하기 싫으면 지금 월급의 5~10%는 내 노후라고 생각하고 투자에 나서라."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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