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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과학자만 아는 과학보다 세상 혁신에 쓰이는 지식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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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천 연구회 이사장 "지식과 돈이 맞물려 돌아가는 융합과 소통 필요"

[아시아초대석]"과학자만 아는 과학보다 세상 혁신에 쓰이는 지식 돼야" ▲이상천 이사장은 '융합 철학'을 강조했다.[사진=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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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연구개발(R&D)과 개방혁신(Open Innovation)은 양 바퀴이다. 돈과 지식가치에 맞닿아 있다. 돈(예산)을 투입해 지식가치를 만드는 것이 연구개발이다. 개방혁신은 이렇게 만들어진 지식가치를 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개발과 개방혁신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시스템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하는 사람이 있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연구회) 이사장은 "연구개발과 개방혁신은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며 "이 둘이 선순환 구조를 이룰 때 가장 효율적 시스템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융합 철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R&D를 중심축으로 하는 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 기관장과 개방혁신에 주목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6개 기관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한 곳에 모인다고 해서 융합이 되는 것은 아닌데 이 자리가 의미하는 것은 적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융합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경제·인문사회 분야가 함께 해야 진정한 융합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연말 연구회는 세종시에 터를 잡았다. 새 터전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상천 이사장을 만났다.

-출연연의 벽을 허물고 융합과 소통하는 시스템으로의 변화를 강조하는데.
▲최근 과학기술은 땅꺼짐(싱크홀), 전염병, 기후변화 등 난제 해결 쪽으로 가고 있다. 어느 한 가지 분야만으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다. 융합해야 창의적 해법이 나온다. 인적·물적 자원이 집중돼 있는 출연연은 융합 연구에 최적화돼 있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이 달라진다. 융합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통이 중요하다. 기초와 산업으로 대별된 양 연구회체제에서는 한계가 있었고 통합연구회 출범으로 출연연간 칸막이를 우선 없앴다. 융합연구에 주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지난해 2개의 융합연구단이 출범했다. 이 중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은 국가사회 현안 해결을 목적으로 최대 6년 동안 연 100억 원 규모의 연구를 수행한다. 실용화형 융합연구단은 단기 사업화 가능한 기업의 필요기술을 3년 간 개발할 예정이다.


융합연구단은 국내·외 산학연 연구자 30~40명이 한 공간에 모여 융합연구를 수행한다. 종료 후에는 소속 기관으로 복귀하는 일몰형 연구조직으로 연구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대폭 강화해 우수 연구 성과 창출을 유도하고 있다. 올해 8개 융합연구단을 추가 선정하고 2017년까지 10개의 융합연구단을 새롭게 출범시켜 출연연의 교류와 협력에 최적화된 구조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융합연구단 외에 융합클러스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융합클러스터는 융합연구 발굴을 위한 개방형 교류의 장이라고 보면 된다. 융합 가능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소통하고 협력하고 일상적으로 융합연구 주제를 기획, 발굴하기 위한 협의체이다. 출연연뿐 아니라 대학, 기업의 연구자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10개의 융합클러스터가 발족했는데 서로 다른 기관의 연구자 사이에 스킨십을 통해 융합연구 활성화를 견인하고 창조적 융합문화 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지난 3일에 과학기술계와 경제·사회·인문계를 대표하는 51개 기관장들이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경인사 측에도 융합클러스터 참여를 제시했다. 분기별로 융합클러스터 협의회를 개최해 지속적으로 운영 실적을 공유할 계획이다.


-올해 추가로 만들어지는 8개 융합연구단은 어떤 것인지.
▲앞서 말한 것처럼 융합연구단은 국가·사회문제 해결과 미래선도기술을 위한 '미래선도형 융합연구단'과 시장 수요에 대응한 '실용화형 융합연구단'으로 나눌 수 있다. 올해 신규과제 주제 선정을 위해 국가·사회현안과 산업계 기술현안을 발굴하고 있고 실용화형은 6월, 미래선도형은 9월에 선정할 것이다. 미래선도형은 과학기술, 경제인문, 언론 등 총 36명의 전문가 풀을 구성해 국가·사회 현안 트렌드 분석을 통한 이슈를 도출하고 있다. 실용화형은 산업과 시장 전문가 24명이 참여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형 융합연구 수요를 조사해 기술 현안을 발굴, 선정할 것이다.


-올해 주요 연구 성과를 예상해 본다면.
▲3월초 사우디아라비아와 정상회담을 통해 한국형 스마트 원자로 수출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A호 발사도 성공했다. 이런 성과 이외에도 기계연구원에서는 올해 말까지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세계 2번째 상용화와 해외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재료연구소에서는 스마트워치·스마트폰 등의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 가능한 고감도 플렉서블 타이타늄 합금 소재를 개발하는 등 여러 가지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출연연의 연구소기업인 콜마B&H에 대한 관심이 높다. 연구소기업에 대한 연구회의 전략과 육성 방향성이 궁금하다.
▲연구소기업은 출연연, 대학 등 공공 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하는 기업이다. 자본금 중 20% 이상을 직접 출자해 연구개발특구 안에 설립한 기업을 말한다. 최근 100호 연구소기업이 탄생했는데 콜마 B&H는 2004년 설립된 국내 1호 연구소기업이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돼 화제가 됐다. 이밖에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특허기술을 출자한 연구소 기업 '재원세라텍'을 설립하는 등 출연연에서도 현재 33개의 연구소기업이 설립, 운영되고 있다. 연구회에서도 출연연의 우수 기술을 발굴해 기술 출자 등 연구소기업의 설립 이전 단계부터 걸림돌이 없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설 것이다.


-'금강의 기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연구회로 통합되면서 세종시로 이전했다. 세종시에서 불과 30분 거리인 대덕특구에 25개 출연연 중 17개가 위치하고 있다. 현장성과 기동성을 바탕으로 밀착지원이 가능하다.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교류와 협력을 통한 융합생태계 구축으로 연구회와 출연연 간 심리적 거리가 단축됐다. '금강의 기적'으로 한국 경제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 수 있도록 출연연 연구 성과 확산에 주력할 것이다. '금강의 기적'은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으로 구현될 것이고 출연연이 그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연구회가 최대한 지원, 육성하겠다는 의미이다.


◆이상천 이사장은


[아시아초대석]"과학자만 아는 과학보다 세상 혁신에 쓰이는 지식 돼야" ▲이상천 이사장.[사진=윤동주 기자]

이상천 이사장은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기억 중의 하나로 1982년 미국기계학회(ASME)에 논문에 게재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라고 말했다. 197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자신의 연구 성과가 인정받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세종시로 이전한 뒤 '대세'라는 말도 많이 듣는다.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이 대덕연구단지의 '대'와 세종시의 '세'를 합하면 '대세'가 된다고 말하며 대전과 세종을 국가 경제 재도약의 대세로 만들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 이사장은 '대세'가 의미하는 것처럼 금강일대가 행정·과학·혁신의 대세로써 국가 경제를 선도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관장을 뽑을 때마다 '관피아' '청피아' 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 이 이사장은 "원장후보자심사위원회를 1회에서 2회로 늘리는 등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며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출연연의 연구자들에게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동시에 강조했다. 연구자들이 마음껏 능력과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되 그만큼 책임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상천 이사장 약력=▲1952년 출생 ▲ 1970년 계성고등학교 졸업 ▲ 1974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3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기계공학 박사 ▲2001~2005년 영남대 총장 ▲2008~2011년 한국기계연구원 원장 ▲2014년~현재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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