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화장품브랜드숍, 음식점 할 것 없이 '중국인 고객 모시기' 경쟁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경기 불황에 국내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힌 가운데 명동 거리의 상인들은 주 고객인 중국인들을 잡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었다. 중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직원들은 기본이고 길거리까지 나와 호객행위를 하며 중국인 고객들을 하나라도 더 모시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4일 오후 1시쯤 찾은 명동은 발길 닿는 곳곳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유명한 한류스타가 광고하는 화장품 브랜드인 A브랜드숍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매장 내에서 들리는 소리도 중국어로 가득해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립 틴트, 립글로스 등 몰려드는 손님으로 군데군데 제품들이 비어있었다.
계산대 쪽에도 중국인들이 분주하게 지불할 돈을 세며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서 있었다. 정신없이 매장을 누비던 직원은 "우리 브랜드가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 같다"면서 "한국인 손님보단 중국인 손님이 훨씬 많은데 주로 마스크팩이나 세럼 등을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근처의 B브랜드숍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품목은 품절상태였고 직원은 "한국 손님들보단 아무래도 관광지다 보니 중국 손님들이 더 많다"면서 "구매하는 양은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중국 손님들이 한국 손님들보다 구매하는 양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SPA브랜드숍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셔츠와 니트 등 봄옷을 고르는데 여념이 없었다. 역시 한류스타가 광고하고 있는 C브랜드숍에서는 중국 국기가 표시된 배지를 달고 있는 직원이 4명의 중국인 고객들의 쇼핑을 돕고 있었다. 이 브랜드의 매장 내부에는 중국인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D브랜드숍의 카운터 직원은 "주말은 쉬는 날이기 때문에 중국인, 한국인 고객의 비율이 반반 정도이지만 월, 화, 수요일 오전엔 중국인 고객이 대부분"이라면서 "중국인 고객의 경우 70~80만원까지도 구매하는 큰 손 고객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음식점 직원들도 매출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중국인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거리곳곳에 나와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관복차림으로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박모(62)씨는 "한식당이니 이런 옷차림으로 홍보를 하면 눈길이 한 번이라도 더 갈 것 같아 이렇게 입었다"면서 "대부분의 식당의 손님비중이 중국인 손님이 70%정도 일본인이 20%, 내국인이 10% 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인이 워낙 많이 오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나와 호객행위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나가던 중국인 관광객들을 이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내국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A브랜드숍에서 화장품을 고르던 김혜진(26)씨는 "솔직히 중국인이 너무 많아서 여기가 한국인지 중국인지 헷갈린다"면서 "직원들도 중국인을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니 가끔은 홀대 받는다는 느낌도 든다"고 털어놨다. 이어 "화장품숍, SPA브랜드숍, 음식점 할 것 없이 점점 더 명동이 중국어 간판 일색인 '중국인타운'이 돼가고 있는 것 같아 한국 사람들이 점점 발길을 끊고 있는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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