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수명연장 신청 2달 남았는데
기간 등 원전 해체계획 세부내용 가이드라인 없어
해체 기간 늦어질 수록 비용은 기하급수로 증가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원자력발전소) 해체 기간을 법적으로 우리는 안 정했죠? 해체 기간. 예를 들면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이런 데는 아시겠지만 해체 기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해체 기간을 안 정했잖아요."(김혜정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
"네. 법에 없죠."(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전정책국장)
"해체 기간을 정하지 않아도 상관없나요?...(중략)...즉시해체가 있고, 지연해체가 있는데 15~60년, 길게는 영국 같은 데는 100년까지도 하는데..."(김 위원. 이상 3월19일 원안위 제36차 회의 속기록)
올 6월 노후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의 2차 계속운전 신청을 앞두고 있지만 법이나 규제기관 어디도 원전 해체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아직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개정된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한수원은 신규 원전 허가를 받으려면 허가신청서와 함께 해체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또 현재 운영중인 원전의 해체계획서는 법 시행 후 3년내로 제출해야 한다.
원안법이 오는 7월부터 시행되면 한수원은 2018년 7월까지 모든 원전에 대해 해체계획서를 제출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해체 기간이나 방법 등 해체계획서의 내용을 판단하는 세부 기준이 원안법에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로는 한수원이 원전 해체기간을 100년으로 정해도 법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얘기다.
지난 19일 열린 원안위에서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특히 원전 해체 기간을 법적으로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지연되는 등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질 경우 해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2년 기준으로 원전 1기당 해체 비용을 6033억원으로 책정했다. 당시 해체 작업이 15년 동안 걸린다는 것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원전 기술이 앞서 세계적인 원전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조차 원전을 해체할 경우, 발전소 정지 이후 60년 이내에 해체 작업을 완료하거나 이를 초과할 경우에는 다시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전 해체를 한번도 해보지 않은 정부가 기간을 너무 짧게 추정해서 비용을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전 해체작업이 60년으로 늘어나면 최소 1조에서 2조원까지 해체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해체계획서에 대한 세부내용에 대한 작성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법 시행까지 기간이 남은 만큼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원전 해체 사전 준비로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이 우선 결정돼야 하나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는 올 6월에야 핵연료 처분 방식에 대한 의견서를 최종적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자칫 사용후핵연료 처분 방식도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 해체가 결정될 수도 있는 셈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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