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이란이 원유시장에 공급자 역할로 본격 합류하게 되면 유가 하락 속도가 빨라질 수 있어 글로벌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국제 유가는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95센트(1.9%) 하락한 49.14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2.15달러(3.8%) 하락한 54.95달러에 거래됐다.
국제유가는 수요·공급 불균형 악화로 지난해 6월 이후 현재까지 50% 넘게 하락한 상태다. 현재 원유시장에 하루 평균 100만~150만배럴의 원유가 초과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이란이 핵 프로그램 관련 제재 완화로 국제 원유시장에 공급자 역할로 본격 합류하게 되면서 발생한다.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10%에 육박한다.
지금까지는 이란이 핵 문제로 원유 수출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원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이란의 원유 수출량은 2011년 하루 평균 250만배럴에서 2013년 110만배럴로 급감했다.
이란 정부는 핵협상 타결 직후 경제의 근간이 되는 원유 수출이 즉각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출했다.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핵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면서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의 '참가자'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이란 제재가 풀리면 2개월 안에 원유 수출량이 2배로 늘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의 낙후된 원유 생산 시설이 즉각적인 원유 증산을 어렵게 하지만 이미 2000만~3000만배럴의 원유가 비축된 상태라 원유 수출 제재가 풀리면 유가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에바트레이드의 나임 아슬람 애널리스트는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이 원유시장은 큰 바람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이란이 원유시장 공급자로 참여하면 시장에 하루 평균 100만배럴의 원유가 더 쏟아지게 되는데 유가가 30달러까지 떨어지는 것을 쉽게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IHS 에너지 인사이트의 빅터 셤 부사장은 "이란이 증산하면 사우디아리비아가 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증산을 결정할 수도 있다"면서 "유가가 30달러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원유 투자자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오는 6월에 있을 회의에서 이란의 시장 참여를 감안해 회원국들이 원유 생산량을 어떻게 결정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OPEC는 지난해 11월 하루 평균 3000만배럴의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이란 경제는 원유 수출을 비롯한 각종 제재 완화로 경제회복에 탄력을 받을 듯하다. 이날 핵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이란 시민 수백 명은 수도 테헤란의 거리로 나와 이란식 축하를 의미하는 흰색 손수건을 흔들거나 춤을 추며 협상 타결을 반겼다.
영국 인터내셔널비즈니스타임스(IBT)는 이란이 1000억달러 이상의 원유 수출 이익을 추가로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버지니아테크대학의 자바드 사레히 이스파하니 경제학 교수는 "제재 완화로 이란 경제가 연간 5~8%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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