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기사 보셨어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146억을 받았다는데, 와 146억이라니…일 할 맛이 안 나는 오후네요."
"신 사장은 오너가도 아니고, 샐러리맨 출신이에요. 신 사장이 님처럼 이런 푸념글은 안 썼을 것 같네요."
지난 1일 한 인터넷 익명 커뮤니티. 대기업 CEO들의 연봉이 공개된 이후 작은 논쟁이 벌어졌다. CEO들의 높은 연봉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논란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물론 통계의 오류는 있겠지만, 지나치게 높은 격차 때문에 업무 의욕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의 CEO가 많은 연봉을 받는 것이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대기업 A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한 직장인은 "지난해 저희 회사 직원들은 성과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0% 성과급을 받았다"며 "이제 성과급 0%의 충격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사장 연봉은 직전해보다 올랐다는 걸 보니 맥이 풀린다"고 밝혔다. 이 회사 CEO는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탁월한 경영역량을 발휘했다'는 이유로 30억원 가량의 연봉을 받았다.
B사의 직장인 역시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는 "직원들은 성과가 나빴는데, 사장은 성과가 좋았다는 말을 곰곰이 곱씹어봤다"며 "사장의 경영목표는 직원들을 쥐어짜 경비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확실히 하는 것 아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CEO의 고액연봉이 적절하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
CEO가 고액연봉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한 직장인은 "그 자리에 있으면 자기생활이 없는 건 물론이고 스트레스지수가 높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직장인도 "애플에 스티브잡스가 중요했던 것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뛰는 한국 기업들은 CEO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회사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에게 비용을 많이 부과하는게 뭐가 나쁘냐"고 주장했다.
사회적으로 임금 격차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감정적으로 '너무 격차가 크다'고 불평하기보다는, 몇 배 정도의 차이가 적정한지를 토론을 통해 생각해보자는 것.
한 대학원생은 "그동안은 받을만하니까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최근 들어 임금 격차가 너무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법적으로 규정할 수는 없겠지만, 최저임금과 상위권의 임금 격차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태국 쭐랄롱꼰대와 미국 하버드대 공동 연구에 따르면, CEO의 연봉은 비숙련 노동자의 10배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인식 조사결과가 나왔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서베이조사연구센터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수긍할 만한 격차'가 12배 정도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연봉 격차는 27배 가량이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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