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닫지 않는 이상 주권 유지돼
[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 직장인 A씨는 주식에 '미래'를 걸었다. 뻔한 연봉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고 결혼 준비도 힘든 수준이라 주식 대박만을 기대하며 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1년 넘게 갖고 있던 주식이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나름 주식시장에 잔뼈가 굵다고 자부했던 A씨지만 상장폐지되고 나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어떻게 되는지 명확한 정보가 없었다. 주변에 물어보니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가 돼서 주식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상장폐지가 되도 주식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했다. A씨는 누구 말이 맞는지 궁금해졌다.
흔히 기업이 상장폐지가 되면 주식이나 주권 자체가 소멸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정보다.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기업이 존속하는 한 주식이 그대로 유지되며 배당권·의결권 등도 모두 살아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상장폐지된 주식은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할 뿐 비상장주식과 동일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인 K-OTC나 장외주식 거래 사이트에서 거래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상장폐지되는 기업의 경우 기업가치가 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으로 거래가 일어나기는 힘들다.
일반적으로 상장폐지되는 회사는 부도가 나거나 완전자본잠식 등 부실이 심해 상장폐지 이후 문을 닫거나 감자 등을 통해 자본금을 줄이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주주들이 손실을 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기업이 2분의 1로 감자를 한다면 주주들이 갖고 있던 주식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상장폐지되기 전에는 정리매매기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가격이 거의 바닥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이를 두고 상장폐지된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만약 상장폐지된 회사가 재기에 성공해 재상장을 한다면 갖고 있던 주식을 기존과 같이 거래할 수 있다. 물론 상장폐지 후 재상장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회사가 부도가 나서 무너지지 않는 이상 주권은 그대로 유지된다"며 "상장주식이 비상장주식이 되는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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