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회복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카드를 총동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이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와 함께 대출금리까지 내리는 등 그야말로 동원할 수 있는 경기 부양 카드를 모조리 쏟아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증액하기 위해서는 발권력을 동원해야 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재 시행중인 금융중개지원대출(옛 총액한도대출) 한도를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하고 대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의 지원대상도 중견기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을 촉진하기 위해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연 0.5∼1%의 저리로 은행에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금융중개지원 대출 한도가 한꺼번에 5조원 늘어난 것은 1994년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도를 2조5000억원 늘렸고 최근 두 번은 3조원씩 증액했다. 마지막으로 증액한 것은 지난해 7월로, 당시 12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렸다.
한은이 한꺼번에 5조원을 증액하기로 결정한 것은 국내 경제의 성장세 회복과 성장 잠재력 확충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로 시중에 자금을 풀었지만 '돈맥경화'가 여전하다고 판단, 보름 만에 중소·중견기업에 돈을 푸는 정책 수단을 동원한 것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전체적으로 유동성 사정이 양호하지만 일부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 쪽에 제대로 연계되지 않은 측면을 고려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 유인을 강화해 가계대출 증가세 완화를 유도할 필요성도 커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증액하기 위해선 한은의 발권력이 동원돼야 하기 때문에 논란도 적지 않다. 발권력이 자칫 과도하게 동원되면 화폐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꺼내든 카드가 되레 전 국민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특히 이번에 금융중개지원대출 대상이 중견기업으로 확대되면서 과도한 지원이라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중견기업은 매출이 1500억원을 넘거나 자산총액이 500억원 이상이면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기업이다. 정부가 재정을 통해 수행할 수 있는 중기·중견 지원 정책을 한은이 이를 중견기업으로 까지 확대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서는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윤 부총재보는 이와관련 "재정과 발권력 동원을 가르는 기준에 대해 공식화된 것은 없지만 발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현 상황에서 성장세 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설비투자를 늘리려고 하거나 기술기반으로 사업을 성장시키려 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지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