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주식형서 채권형으로 이동…안정적 투자처 선호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이 약 8년 만에 주식형을 넘어섰다.
25일 펀드평가사 제로인 등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모와 사모를 포함한 국내 채권형과 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전체 펀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5.1%, 14.7%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3일 기준 설정액은 국내 공ㆍ사모 채권형 57조4842억원, 국내 공ㆍ사모 주식형 55조9098억원이었다. 2010년까지만 해도 주식형 펀드가 전체 펀드시장의 30%, 채권형 펀드가 10%를 차지했었다.
해외와 혼합형을 포함한 전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0년 만에 100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협회가 추산한 혼합채권형과 채권형의 설정액 규모는 101조5401억원. 채권형 펀드 설정액이 100조원을 넘은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해외를 포함한 전체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 비중(24%)과 전체 주식형 펀드의 비중(21%)의 차이도 약 3%포인트로 벌어졌다.
채권형의 약진과 주식형의 퇴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23일까지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순유입 규모는 공모펀드 시장에서만 약 647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채권형 펀드에 2조8413억원이 순유입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 1월 2185억원, 300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특히 사모채권형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약 36조원이던 사모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년3개월 만에 48조원으로 약 12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모해외채권형 설정액 역시 1조7000억원 수준에서 3조390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공모형에서만 지난해 2조5856억원 순유출을 기록한 이후 올 들어서도 3개월이 안 돼 2조7000억원 이상 자금이 빠져나갔다. 2013년 이후 누적 순유출 규모만 19조원에 육박한다.
채권형 펀드 선호현상은 무엇보다 지난해 하반기까지 이어졌던 국내 증시침체와 저금리의 여파가 컸다. 주식형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투자자들이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채권형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지난 1년 평균이 5.10%, 3년 평균은 11.92%, 5년 평균은 19.82%였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지난 1년 평균 수익률과 3년 평균 수익률은 각각 4.67%, -0.02%로 시간이 지날수록 부진했다.
채권형 펀드를 찾는 투자자들의 발길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채권형 펀드는 자산의 대부분을 국공채나 회사채 등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된다면 채권형 펀드의 성장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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