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이어 군인·사학연금 수술 불가피
與 의원, 1973년 고갈된 군인연금에 매년 1천억 추가 지원법 발의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정부와 여당이 공적연금 개혁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공무원·군인 등 공적연금에 세금으로 지원하는 보전금이 2020년이면 8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 정부·여당이 수술에 나섰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의원이 군인연금에 매년 1000억원에 이르는 보전금을 추가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미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4일 '군인연금법 중 사병복무기간 가산에서 제외된 퇴직군인의 연금 지급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은 1984년 9월30일 이전에 퇴직해 군인연금에 복무기간을 산입 받지 못한 퇴직군인을 대상으로 한다. 3년여의 복무기간을 산입해 연금을 받는 퇴직군인들과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내용의 법을 2006년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새정치민주연합 전신) 소속 임종인 의원과 2008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소속 공성진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임종인안은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의견이 모아져 폐기됐다. 공성진안도 국방위 법안심사소위에 3년여간 계류하다 18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당시 국방위 검토보고서를 보면 "소급입법은 연금의 기본체계를 무너뜨리고 법률관계의 혼란을 초래하며, 적용 대상자의 불합리한 차별로 위헌소지도 있다"면서 "막대한 국가재정이 소요되고 공적연금의 개혁논의와도 배치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요예산이 2009년 기준으로 5년 동안 5320억원으로 추정, 재정부담을 우려한 것이다.
군인연금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과 함께 공적연금으로 분류된다. 구조적인 문제로 적자가 장기간 누적돼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공무원연금개혁에 초점을 맞췄다. 박근혜 대통령도 "공무원연금 개혁이 매우 시급하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개혁의 다음 수순은 군인·사학연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당초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수립하면서 연금 개혁을 공공부문 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고 사학연금은 6월, 군인연금은 10월에 개편하는 계획을 밝혔다. 비록 여당의 반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공적연금은 상호 준용하는 규정이 많고 형평성 등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연쇄 조정이 불가피하다.
군인연금도 공무원연금 못지않게 심각한 상황이다. 1973년 이미 고갈돼 지난해 사용된 지출액 2조7117억원 중 절반 이상을 정부가 지원했다. 고령화로 연금 지급 대상과 기간이 모두 증가하고 있어 정부 보전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여당 고위관계자는 "소관 상임위 관련 단체의 지속적인 건의로 법안을 발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을 추진하는데 이 같은 법안이 발의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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