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시장조사업체 데이터 종합해 직접 점유율 산출, 논란의 여지 남겨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LG전자가 글로벌 세탁기 시장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통상 백색가전은 유통 채널이 다양하고 시장조사업체마다 집계 방법과 기준이 달라 업체별 시장점유율을 발표하지 않지만 이례적으로 LG전자가 직접 5개 시장조사업체의 자료를 종합해 '세탁기 세계 시장 1위'를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LG전자는 지난 2008년 처음으로 세탁기 브랜드별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지난해까지 7년째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업계 최초로 점유율 10%를 넘어섰고 지난해는 12.4%까지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LG전자의 '7년 연속 세계 세탁기 시장 1위' 주장은 이례적이다. 백색가전의 경우 유통 구조 자체가 복잡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중 명확하게 시장규모를 제시하는 곳이 없다. GfK, 스티븐슨 등이 국가별 판매량과 매출을 집계해 내 놓는 자료가 전부다.
때문에 생활가전 업체들은 시장조사업체의 조사 결과를 빌어 '유럽 1등', '미국 1등' 등의 마케팅은 하지만 '세계 시장 1위'라는 타이틀은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시장조사업체들의 집계 기준도 서로 달라 늘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GfK의 자료를 근거로 '국내 가정용 에어컨 시장 1위'라는 광고를 내보냈을 당시 LG전자측은 통계 자료의 신뢰도를 문제 삼으며 반발했다. 법정 소송으로 비화될뻔 했던 이 사건은 결국 삼성전자가 해당 문구를 수정하며 일단락됐다.
LG전자는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GfK, 스티븐슨, CAMA, AHAM, NPD 등 5개 시장조사업체의 한국,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주요 59개국에서의 가전 브랜드별 매출을 산출한 뒤 이를 더해 시장점유율 자료를 직접 만들었다.
LG전자 관계자는 "GfK를 비롯한 5개 시장조사업체의 59개국의 매출 자료를 기반으로 이를 브랜드별로 더한 뒤 백분율 해 시장점유율을 산출해 냈다"면서 "59개국 외의 데이터는 세계 시장 점유율 산출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신뢰도는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논란의 여지는 있다. 5개 시장조사업체의 브랜드별 매출 및 점유율 산정 기준이 조금씩 다르고 지역별로 편차도 높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LG전자도 명쾌하게 반격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LG전자가 7년 연속 세계 세탁기 시장 1위라는 주장을 펼치는 배경에는 '세탁기만큼은 삼성에게 질 수 없다'는 LG전자의 핵존심이 있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GfK의 자료를 바탕으로 유럽 드럼 세탁기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2013년 1% 미만에서 2014년 15%까지 상승했다고 밝힌 점이 LG전자의 핵존심을 건드린 것.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유럽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에서 밀레가 시장점유율 83%를 차지해 1위를 기록하고 삼성전자가 1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 LG전자는 이같은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 반박을 펼치는 대신 직접 세계 시장 점유율을 종합해 만드는 방법으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백색가전 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8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는 LG전자 입장에선 세탁기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의 도발이 불편했을 것"이라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5개 시장조사업체의 데이터를 종합해 세계 세탁기 시장 1위 데이터를 만들어내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