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 등 기업수사 이어 지역토착비리수사 본격화…"경제에 찬물" 우려도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정부가 20일 법무부·경찰 등 7개 사정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부정부패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어 우선추진과제를 정하고, 즉시 실행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부패와의 전면전'이 본격화 됐음을 의미한다.
지난 12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진행된 기업비리 수사가 예고편이라면 이제부터 다룰 지역토착비리와 민생비리, 공공부문비리, 경제·금융비리 수사는 본편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이 총리의 담화문 발표 다음날 부실경영 및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은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의 해외자원개발 비리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신세계그룹, 동부그룹, SK건설, 롯데쇼핑 등도 비자금 조성, 경영권 승계, 입찰담합 등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토착비리에 대한 수사도 빨라지고 있다. 부산지검이 19일 부산 동부산관광단지 사업시행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박인대 부산시의원과 기장군 공무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동부산 게이트'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공용지 용도변경 특혜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은 광주·전남지역 중견건설업체 중흥건설도 지난 17일 압수수색을 당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전 정권 핵심인사 등에 대한 '표적수사가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지만, 정부는 적극 부인하고 있다.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부정부패 등 비정상적인 적폐 청산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반을 튼튼히 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위한 일종의 시대적 과업이며, 사회구조 개혁의 일환이다"고 강조했다. 앞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검찰이 정치적 고려 없이 부정부패를 수사할 뿐이며 표적수사는 없다"고 말했다.
사정 신호탄을 쏜 검찰에 이어 경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위·금감원, 공정위 등이 가세했지만, 우선추진과제를 경제·금융 전반과 민생비리로 한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여야 현역의원 몇 명이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돈다. 대부분 기업·경제 관련 비리가 정관계와 유착돼 있어 정치권으로 수사대상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번 부패척결이 기업인과 경제관련 분야에 집중되면서 사정정국이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제살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추 국조실장은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는 정상적인 기업활동은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며 "과감한 규제혁파와 우리 경제체질을 튼튼히 하기 위한 구조개혁도 흔들림 없이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부패척결 작업의 종료시점을 두지 않는 한편 기관별 성과 목표를 정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 정부의 부패척결이 실질적인 성과 없이 형식에만 치우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각 기관들이 실적경쟁 하듯이 할 수는 없다"며 "청와대나 국무조정실이 부패척결 과제를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각 기관들이 스스로 필요한 구체적 과제를 정하고, 이 과제들이 충분히 달성됐다는 판단이 설 때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부패척결 기관별 우선추진과제>
▲검찰청 / 기업 불법 비자금, 방위사업ㆍ해외자원개발 비리, 지역토착 비리, 국가재정ㆍ공공부문 비리
▲경찰청 / 3대 대포물건(차량ㆍ휴대폰ㆍ통장), 3대 악성사기(보이스피싱ㆍ노인ㆍ중소상공인 상대 사기)
▲국세청 / 기업자금 유출 및 편법 상속ㆍ증여, 불법대부업자ㆍ상습체납자 등의 탈세
▲관세청 / 무역금융 관련 편취 및 국외 재산도피, 수출입가격 조작
▲금융위ㆍ금감원 / 전자금융 관련 정보유출 및 해킹, 자금세탁, 주가조작
▲공정위 / 중소기업ㆍ소상공인 권익침해, 생필품 등 가격담합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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