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퇴하거나 수사 대상이 되는 포스코 경영진의 잔혹사가 다시 펼쳐지고 있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은 1992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 후보와 갈등 끝에 물러난 뒤, 김영삼 정부 출범과 함께 수뢰 및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다.
뒤이어 회장이 된 황경로 전 회장은 6개월 만에 물러났고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이어 취임한 정명식 전 회장도 1년 재임에 그쳤다. 두 경영자는 ‘박태준의 사람’으로 분류됐고 이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4년 취임한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자진 사퇴했다. DJ 정부 때 자리에 오른 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직후 옷을 벗었다. 같은 진영에서 정권을 승계했지만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자리는 무사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회장 자리에 오른 이구택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 뒤인 2009년, 세무조사 무마 청탁설이 불거지면서 중도 하차했다.
현재 수사 대상이 된 정준양 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때 선임됐다. 정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실세들과 친분이 있다고 알려졌었다. 그런 정 회장 역시 대통령이 바뀌자 현정부 출범 직후에 사퇴했다. 이어 포스코 비리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됐다.
포스코 경영진이 외풍을 맞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포스코의 대부인 박태준 회장에서 시작됐다. 박 회장은 민자당에서 중간 보스로 민정계를 이끌면서 김영삼 대통령 후보를 견제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명예회장직을 박탈하고 수뢰 혐의로 기소하는 식으로 박태준 회장에 대한 정치보복이 이뤄졌다.
이후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됐다. 정부 지분이 없는 민영기업이 됐다. 그런데도 포스코 회장은 정권만 바뀌면 바람을 맞아 자리에서 떨어진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를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다. 또 포스코 회장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정권에 줄을 대는 행태에도 일부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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