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포함에 미온적인 野와의 협상 카드 활용 포석.."카드 없어져 법 시행전 개정 어려워"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이달 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적용대상에 사학재단 이사장과 임원을 포함하는 문제를 놓고 여당이 막판까지 고심한 것은 시민단체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학재단 이사장을 김영란법에 포함하는 문제는 시민단체와 연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내부적으로 있었다"면서 "향후 법개정을 논의할 때 사학재단 이사장 등을 일종의 협상카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야당이 시민단체를 법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데는 소극적인 반면, 사학 이사장에 대해서는 강력히 주장하는 만큼 협상에 적절한 카드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사위에서는 지난 3일 김영란법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이사장을 포함한 사학재단 임원들이 법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을 놓고 여야가 옥신각신했다. 사립학교장과 교직원이 포함됐는데, 사학재단을 이끄는 이사장 등 임원진이 빠진 문제가 막판 쟁점이 된 것이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법사위가 법안 내용을 건드려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편 반면, 야당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고 정무위에서 누락된 것인 만큼 넣는 게 옳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야당의 압박에 사학 이사장 등이 막판에 포함됐다.
이 여당 의원은 "국가 보조금을 지원받는 시민단체도 법적용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지 않냐"면서 "야당이 사학재단 이사장을 넣을 것을 요구하면 여당 입장에서는 시민단체도 자연스럽게 거론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내부에서는 협상카드가 없어져 내년 10월로 예정된 법 시행 전까지 김영란법 적용 범위에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대해 문제가 있다면 시행 이전에라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야당을 협상장으로 끌고나올 마땅한 명분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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