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도취자' 증가…암스테르담 연구팀 관찰 결과 내놓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요즈음 젊은 것들이란…"
인류가 지구에 출현하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명제 중의 하나는 무엇일까. 세대를 이어오면서 기성세대들은 언제나 젊은 세대들에게 '요즈음 젊은 것들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말 속에는 젊은 세대들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자만심에 빠져 있다는 '나르시시즘'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들도 자신이 '젊었을 때' 똑같이 윗세대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뉴사이언티스트는 9일(현지 시간) '지나친 칭찬이 아이를 자기도취증에 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Too much praise may make kids narcissistic)'는 연구 결과를 보도해 눈길을 끈다. 암스테르담대학 연구팀이 7~12세의 565명 어린이를 대상으로 18개월 이상 관찰한 결과 지나치게 자녀를 칭찬하는 부모를 둔 경우 그들의 자녀들에게서 나르시시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자기도취) 이론에는 두 가지가 존재한다. 냉정한 부모에게서 나르시시스트가 발생한다는 이론이 있다. 이와 정반대로 좋은 부모 밑에서 나르시시스트가 생긴다는 이론이 존재한다. 서로 다른 이 두 이론을 두고 지지자들이 나눠져 있다.
최근 연구결과는 지나치게 칭찬을 하는 부모를 뒀을 때 나르시시스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로이트 학설을 따르는 정신 분석가들은 최초 냉정하고 애정이 없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이를 보상받기 위해 자신을 과장되게 사랑하고 칭찬함으로써 나르시시스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이론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자녀를 지나치게 칭찬하는 부모들로 인해 아이들이 과장된 자기도취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에디 브루멜만(Eddie Brummelman) 암스테르담대학 연구팀은 565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관찰했다. 브루멜만 교수는 "이전 연구는 모두 어른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관찰한 것은 나르시시즘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18개월 동안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는 몇 가지 상세한 질문서를 받았다. 나르시시즘 특징과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한 자료였다. 아이들에게는 '우리 엄마는 항상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를 알게 한다' '뭔가 특별한 것을 가지고 있는 나를 좋아한다' 등의 내용으로 등급을 매겼다.
6개월이 지난 뒤 부모가 아이들을 칭찬하는 정도와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나르시시즘의 특징에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멜만 교수는 "지나친 칭찬이 나르시시즘을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물론 이 이외에 유전적 원인도 있을 것"이라고 전제를 깔았다. 브루멜만 교수는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냉정한 부모에게서 나르시시즘이 발현된다는 이론에 찬물을 끼얹은 연구결과"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이후 메타 데이터(이미 연구된 통계를 종합해 분석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대학생들에게서 나르시시즘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브루멜만 교수는 이번 연구를 수행하기 전에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를 얼마나 과대평가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아이들에게 수학문제를 푼 뒤 이후에 부모들이 어떻게 칭찬하는지를 관찰했다. 연구결과 자녀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부모들의 경우 그들의 아이들이 얼마나 잘했는지에 관계없이 아이들을 칭찬했고 특히 자녀들의 지능지수(IQ)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여전히 냉정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르시시즘에 빠진다는 이론은 유효하다. 565명의 어린이를 관찰한 결과가 이 이론을 무너트리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냉정한 부모' 이론이든 '칭찬을 많이 하는 부모' 이론이든 관계없이 분명한 것은 '요즈음 젊은 것들이란…' 말은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 이상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요즈음 젊은 것들이란…'이란 말이 사라지지 않는 배경에는 시간이 갈수록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나르시시즘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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