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성장통을 겪고는 있지만 성장에 한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안한 것, 남들이 안한 방법을 통해 미래 시대를 대표할 신소재는 LG화학이 주도해나가겠습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세상에 없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미래 성장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실적 악화의 돌파구를 '미래 소재 개발'에서 찾은 것이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나온 박 부회장은 1977년 LG화학에 입사해 여천 스타이렌수지 공장장을 지내는 등 많은 기간을 생산 현장에서 보냈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주요 사업부를 두루 거치며 얻은 전문지식은 LG화학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1년여만에 부회장으로 파격 승진한 주요 동력이 됐다.
부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4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그 앞에 놓여진 과제는 그리 만만치 않다. LG화학은 국제유가 하락과 주요 수출국인 중국ㆍ중동의 화학제품 자급률 상승으로 인해 실적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제품 수요가 줄면서 LG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보다 24.8% 감소한 1조3108억원에 머물렀다. 삼성토탈ㆍ삼성종합화학 등 삼성그룹 계열 화학사를 등에 업은 한화케미칼의 추격세도 매섭다.
박 부회장은 외풍이 심할 때일수록 석유화학 산업의 기본인 '소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소재 개발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성장통을 겪고는 있지만 성장에 한계는 없다"며 "미래 시대를 대표할 소재는 반드시 LG화학이 창조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이미 사업화 했으나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지 않은 고흡수성수지(SAP), 자동차ㆍ웨어러블용 배터리 등 성장 소재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 올해 6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2018년에는 매출 규모를 올해의 2배인 12조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2018년 이후 미래 먹거리도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 미래 소재 개발의 중심에는 '에너지'가 있다. 박 부회장은 "에너지는 인류의 삶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된다"며 "에너지 분야에 연구개발(R&D)을 집중, 미래 에너지 생성부터 재활용까지 전 분야에 걸쳐 필요한 핵심 소재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는 신개념 전지소재 등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무기소재, 친환경 에너지 발전의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태양전지ㆍ연료전지용 소재, 충전하면 600㎞이상 갈 수 있는 혁신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이러한 미래소재 분야를 2018년부터 상용화시켜 2020년에는 1조원 이상으로, 2025년에는 10조원 이상의 사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R&D 강화를 위한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대 화학부 정교수로 재직 중이던 이진규 교수를 영입했다. 무기소재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미래 소재 개발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다. 박 부회장은 "연간 R&D 투자 금액을 올해 6000억원에서 2018년 9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차별화된 소재를 만들어 내기 위해 R&D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