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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전쟁과 간통죄, 콘돔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4초

62년 만에 간통죄가 폐지된 지난달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니더스 상한가 직행^^'이라는 지인의 글이 올라왔다. 몇 해 전 주식을 끊었다는 이의 주식 관련 글이라 의아해 "왜요?" 하고 물었더니 "간통죄 위헌"이란 답변이 올라왔다. 이 글을 시작으로 간통죄와 불륜, 그리고 주식에 대한 오만 가지 얘기들이 오갔다.


증시가 사회 현상을 잘 반영한다는 것을 가정할 때 콘돔주의 급등은 불륜이 증가할 것이란 대중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얼핏 그럴듯한 논리처럼 보이지만 콘돔주의 테마 역사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국내 1위 콘돔제조업체인 유니더스가 증시에서 유명세를 탄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3년이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이어 이라크까지 공격한다는 외신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유니더스가 전쟁 테마에 이름을 올렸다.


방산업체도 아닌 콘돔업체가 전쟁 수혜주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당시 증권사에서 투자정보를 담당하던 후배에게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전쟁에 파견된 혈기왕성한 젊은 군인들의 콘돔 수요가 많아질테니 유니더스 실적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란다.

음주가 금지돼 술집도 없는 이슬람 국가에서 콘돔이 뭔 필요가 있겠냐고 쓴웃음을 지은 다음 날, 후배는 또 다른 테마 합류 이유가 나왔다며 기상천외한 테마 근거를 알려줬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총구가 막혀 총이 고장날 확률이 높아 콘돔으로 총구를 막는 용도로 쓰인다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당시 유행하던 말로 "막 가자는 것"이었는데 콘돔 테마의 스토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엔 그야말로 뜬금없이 상한가를 친 적이 있었는데 이유는 역시 '꿈보다 해몽'이었다. 불경기라 딱히 할 일이 없어 콘돔 사용이 늘어난다는 논리(?)였다. 몇 해 후엔 야광 콘돔 발매 소식에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에볼라 바이러스에도 유니더스는 이름을 올렸다.


간통죄 위헌과 유니더스 상한가 소식을 접한 순간 온라인 속보를 쓰게 할 것인지 살짝 고민이 됐다. 상장사 뉴스라지만 '남녀상열지사'와 관계되는 소재를 거침없이 다루기가 편치 않았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각 매체에선 기다렸다는 듯이 앞다퉈 이를 다뤘다.


헌법재판소는 간통죄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낡은 법이 성에 대한 국민의 의식변화를 못 따라갔다고 설명했는데 확실히 세상이 변하긴 변한 듯하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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