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취임 2주년 맞는 朴대통령, 새 비서실장 인선에서 3년차 국정운영 방향 드러낼 듯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그 전과 후로 가장 큰 변화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존재와 부재다. 지난 2년 박근혜정부의 많은 부분을 설명하는 상징적 인물인 김 실장은 23일 수석비서관회의에 불참하며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김 실장 없는 청와대에 불어올 변화는 집권 후반기를 향해 달리는 박 대통령에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김 실장의 존재는 청와대 내부에서는 장점으로, 외부에서는 단점으로 부각돼왔다. 그는 박 대통령 취임 5개월만인 2013년 8월 5일 비서실장에 임명됐다. 공안검사 출신을 비서실장에 기용한 박 대통령의 의중을 그는 성실히 실천했다. 집권 초기 대통령 비서실을 장악하고 안정화 시킨 게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청와대는 김 실장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으나 통진당 해산과 종북논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채동욱 검찰총장 파문, 비선실제 문건유출 파문 등 굵직한 사건의 중심에 김 실장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세간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실장은 청와대의 비밀주의ㆍ폐쇄적 의사결정시스템을 정립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숱한 인사참사를 일으킨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김 실장에 대한 이 같은 시각은 그를 향한 끊임없는 퇴진 압박의 이유이기도 했다. 비밀과 불통, 토론 없는 일방적 지시 등으로 상징되는 국정운영 방식에 일대 변화를 주기 위해선 김 실장의 퇴진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취임 2주년, 집권 3년차를 시작하며 김 실장 카드를 결국 포기했다. 그의 재임 기간이 19개월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애초 계획이 그런 것인지 혹은 여론에 떠밀린 결정인지는 불분명하다. 청와대가 늦어도 25일까지는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신임 비서실장에 누가 발탁되느냐는 집권 3년차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가늠할 잣대가 될 전망이다.
신임 비서실장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김 실장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통합형' 인사를 택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다. 비박근혜계가 여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야당 지도부는 강성으로 바뀐 상황에서 국정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국회와의 관계개선을 도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 비롯된 관측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 중점과제로 4대 부문 개혁을 통한 경제활성화를 꼽고 있다. 국회, 이익단체, 관료집단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난제 중 난제다. 이 개혁 작업에서 성과를 내고 경기회복의 온기를 국민들이 체감하게 한다면 박 대통령은 성공적인 임기 후반을 맞을 수 있다. 반대 경우엔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수사(修辭)'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통일대박론도 이제는 현실화 시켜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것은 첫 단추다. 좀처럼 개선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일본과의 관계를 포함해 주변 강대국 사이에서의 안정감 있는 균형외교도 성과를 낼 시점에 와있다.
그러나 한 때 60%에 달했으나 최근 30%대 초반까지 떨어진 국정지지도는 매우 비관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후임 비서실장에 통합형 인물을 기용하는 것은 지지율 만회의 마지막 기회로 보인다. 곁에 두기 껄끄러운 비서실장을 선택하는 것도, 그렇지 않고 기존 스타일을 고수하는 것도, 취임 2주년을 맞은 박 대통령에게 최대의 도전을 의미하기는 마찬가지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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