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검증 시작 단계부터 부실, 말로만 '철저검증'…외부 목소리 실질 반영은 한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혜영 기자]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 '대법관 불가론'이 증폭되고 있다.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가 형식적인 검증으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11일로 예정된 박상옥 국회 인사청문회는 제대로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인사청문위원들은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면서 인사청문 절차를 보이콧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후보자가 대법관 후보로 추천될 당시만 해도 일부 시비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박 후보자가 '박종철군 고문치사 및 은폐 사건' 수사검사로 참여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기류가 크게 바뀌었다.
이 사건의 축소 과정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논란과 함께 다른 '물 고문' 사건의 관련 경찰을 불구속 수사했다는 이력까지 알려지면서 인권의 보루 역할을 할 대법관으로서는 부적격자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박 후보자는 해명자료를 통해 "당시 수사검사로서 담당했던 역할에 대해서는 청문회 과정에서 성실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청문회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이도 어렵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박상옥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수사는 검찰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조직적인 은폐로 인해 그 진실이 세상에 드러나는 데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면서 "박 후보자는 서울지검 검사로 재직 중 1차, 2차 검찰 수사에 모두 참여하면서 직무를 유기하고 사건을 축소한 데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서울변회는 박종철 사건 축소에 관여한 인물이 대법관이 될 수는 없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후보자는 일단 여론의 기류를 지켜보고 있지만, '버티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야당이 '청문회 보이콧'을 천명한 상황이고, 여론의 기류도 점점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관 후보추천위가 처음부터 철저한 이력 검증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부실 추천'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후보추천위가 형식적으로는 객관적인 검증 기구 형식을 띄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법원장이 추천한 인사를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경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스템적으로 인선 다양화를 추구하고 인사검증 체계도 잘 갖춰진 것으로 보이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서 아직 대법원과 검찰 조직 등으로 치우친 구조 때문에 외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추천위에 여러 계층의 각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경력과 결격 사유에 대한 검증 능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대법원 등이 암묵적으로 제시하는 인물들 가운데서 고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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