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간한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 대해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자기정당화를 국민과 정부, 현 대통령에게 강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발간하는 '현안진단'에 2일 기고한 '자기 정당화에 급급한 MB회고록'이라는 글에서 이같이 쏘아붙였다.
김 교수는 우선, 남북 간 정상회담 논의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자신의 정상회담 입장이 정당했음을 강변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에 훈수를 두기 위함이 일차적 목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회고록은 여러 차례 정상회담 제안이 있었지만 북한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기 위해 정상회담에 매달리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했다는 자기 정당화 논리로 가득하다고 평가했다.
즉 기회가 있었지만 원칙을 지키려고 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정부도 정상회담에 매달리지 말고 원칙을 지키라고 강력하게 훈수하고 있는 셈이라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또 정상회담 외에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회적 비판을 하고 있는데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해서는 안 되고 도발 후 대가 요구라는 북한의 행태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대북정책이 올바른 것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고 김 교수는 풀이했다.
김 교수는 "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자기 정당화의 논리를 국민들뿐 아니라 현 정부와 대통령에게 강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의 파탄을 결과했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면서 "오히려 임기 내내 남북관계 파탄과 군사적 긴장고조로 일관했고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같은 안보위기마저 겪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회고록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북한이 부당하게 대가를 요구해서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았음을 자랑스럽게 언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자기 논리의 강변에 불과하다고 김 교수는 단언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요구했다는 쌀과 비료 등의 지원은 정상회담의 대가라기보다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남북관계 여건 마련의 측면이 강하다"면서 "정상회담은 어느 날 갑자기 벼락같이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김대중 정부도 금강산관광 등 교류협력이 진전되고 대북 인도적 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호 신뢰가 쌓이면서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와 상호 협력의 지속을 통해 그 결과로서 가능한 것이지 관계 개선과 상호 신뢰 없이 갑자기 이뤄질 수 있는 게 아니다고 김 교수는 일갈했다.
그는 "정상회담이 가능하려면 남한과 북한 모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 정상회담 환경 마련의 의미로 북한이 인도적 지원 등을 거론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도 북한에 국군포로?납북자 귀환을 요구했음은 스스로도 밝히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한중 정상 간에 이뤄진 대화를 공개한 것을 '경솔하다'고 평하면서 "이는 당장의 문제일 뿐 아니라 앞으로의 한중관계에서도 장애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끌려 다니지 않았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무모한 고집과 오기만을 내세워 북한관리에 실패함으로써 한반도 긴장고조와 남북관계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다는 역사적 오점에 대해 오히려 겸허하게 반성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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