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만에 적자낸 S-OIL 필두, 사상 최악 부진에 신음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매년 두둑한 성과급 잔치를 벌여 왔던 국내 정유사 임직원들이 올해는 성과급은커녕 되레 연봉 삭감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유가 폭락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사들이 34년 만에 적자를 낸 S-OIL을 필두로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매년 1~3월 사이 성과인센티브(PI)나 생산성 격려금(PS) 등 각종 명목으로 지급하던 성과급을 올해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90달러가 넘던 국제유가가 12월에는 50달러선으로 석달새 40달러가 폭락하며 정유부문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탓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30일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한 S-OIL은 지난해 258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OIL은 2011년 유가 고공 행진과 석유화학부문 사업확장 등으로 1조6975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후 2012년 7817억원, 2013년 3660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더니 결국 지난해 34년 만에 적자를 낸 것이다. 지난해 350%의 성과급을 지급했던 S-OIL은 충격적인 적자 결과에 성과급은커녕 연봉 삭감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분위기다.
S-OIL이 정유부문에서 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낸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 정도면 잘했다"는 말마저 나오는 분위기다. 오는 5일과 다음 주 중 실적을 공개하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정유부문에서 각각 50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악의 실적이 예상되자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1월 직급과 개인별 인사고과 등을 반영해 지급했던 성과급 계획이 올해는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지난해 7월 비상경영회의에서 임원들의 연봉 15~20%를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의 경우 임금유연화 제도에 따른 임금 감소분과 격려금도 기대할 수 없는 처지를 감안하면 체감 연봉 축소폭은 더 크다.
GS칼텍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GS에너지 직원들도 주력 자회사인 GS칼텍스의 실적 부진으로 배당 수익이 급감하면서 지난 해 200% 수준이던 성과급을 올해는 받지 못하게 됐다.
별도의 성과급제가 없는 현대오일뱅크는 정유사 중 유일하게 가까스로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익률이 크게 악화되면서 성과급에 해당하는 변동급여의 삭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전체 급여에서 고정급이 80%이고 실적, 인사고과 등과 연동되는 변동급이 20%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3년여 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불황, 초과공급 현상에 이어 올해는 유례없는 유가급락까지 겹치면서 연말 성과급이란 단어는 '금기어'가 된지 오래"라며 "오히려 급여 전체를 온전하게 수령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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