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금융감독원이 고액 미술품을 사들여 문제가 됐던 하나은행에 내부통제 소홀 등으로 경징계를 내렸다. 미술품을 사는 과정에서 은행 내부 절차를 어기는 등 잘못이 있지만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만한 잘못은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하나은행 미술품 사업인 ‘하나콜렉션 사업’을 시작하던 지난 2007년 당시 근무한 김종열 은행장과 A 부행장보 등 임직원 3명에게 주의 등 경징계를 통보했다.
금감원은 김 전 행장이 미술품 등 업무용 동산의 구입은 사무지원부 소관사항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특정 부서로 별도의 결재라인을 신설해 내규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또 이런 비정상적인 절차로 은행장 승인만을 통해 2007년 3월부터 2008년 9월까지 장부가액 68억6200만원에 이르는 미술품 378점을 구입한 것을 문제 삼았다.
A 전 부행장보 등 임직원 2명은 은행 내부통제 규정에 따라 ‘하나콜렉션’이라는 새로운 업무를 개발하는 경우 내부통제의 적정 여부를 사전에 검토해야하지만 이런 의무를 방기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또 장부가액 72억1200만원에 이르는 미술품 379점을 구입하면서 견적서와 감정서 등 구입과 관련한 서류 등을 첨부하지 않았고, 특히 334점 56억5100만원에 대해서는 견적서도 첨부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금감원은 이들 외에도 내부규정을 지키지 않은 은행 B 팀과 C 부에 대해서도 은행에서 자체 징계하라고 조치의뢰했다.
하나은행이 이처럼 미술품을 대규모로 보유하게 된 것은 금융권 최고의 미술애호가였던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영향이 컸다. 김 전 회장은 재직 당시 자신을 '하나은행의 큐레이터'라고 자임했을 정도다. 하나은행은 4000여점에 달하는 미술품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650여개 지점에 1~2개씩 전시하고 2000여점은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은행이 대규모로 미술품을 보유한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다 임직원 출신이 관계자로 있는 회사를 통해 미술품이 거래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미술품을 과연 적정 가격으로 거래했는지, 도매상에 수수료를 제대로 냈는지 조사해 왔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가 일부 미흡했을 뿐 회사에 중대한 금전적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하나은행 종합검사 결과 미술품 수집과 관련해서 경미한 수준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며 "김승유 전 회장에 대한 징계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감원은 하나은행이 지난 2009년 채권금융기관에서 공동 관리 중인 D 사에 대한 파생상품채권을 출자전환해 59.62%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D 사에 빌려준 대출에 대해 적정한 담보를 확보하지 않은 점, 지난 2012년 외환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보유하게 된 E 사 지분이 22.38%로 금융위의 사전승인 기준 20%를 초과했는데도 승인을 받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아 7억4000만원의 과징금과 1000만원의 과태료 등을 부과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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