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당시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과 관련,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토론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회고했다.
2010년 당시 박 대표는 세종시로 행정부처를 이전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건설하려던 세종시 원안을 고수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일부 여당 의원들은 교육과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2010년 6월29일 본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반대했고,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의 3분의 2는 일관되게 찬성했지만 반대 입장을 밝혀온 3분의 1은 마음이 흔들릴 수 도 있다는 보고를 받은 나는 이변을 기대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박 전 대표가 반대 토론에 나서면서 상황은 돌이킬 수 없게 됐다"면서 "박 전 대표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 신뢰가 깨지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뒤집기와 분열이 반복될 것이므로 인한 국력 낭비와 비효율이 매우 클 것이다. 수정안 찬성론 자들이 우려하는 행정 비효율은 그에 비하면 훨씬 작다'는 취지로 반대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찬반토론이 끝난 후 진행된 표결에선 재석 275명, 찬성105명, 반대 164명, 기권 6명으로 이 전 대통령이 밀어 붙였던 세종시 수정안은 결국 부결됐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우리 정치권과 나라의 앞날이 걱정스러웠다"면서 "이 결정이 두고두고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생각을 하니 좀 더 치밀하고 진중하게 추진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진하게 밀려왔다"고 소회했다.
앞서 세종시 문제로 논란을 빚던 2009년 당시 이 전 대통령은 박 대표를 만나 수정안대로 가야한다고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운찬 총리 지명과 함께 세종시 문제가 논란을 빚던 2009년 9월 16일 오전 나는 박근혜 전 대표와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만났다"며 "박 전 대표는 국민과의 약속을 강조하며 세종시 문제가 충청도민과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나는 그런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내 생각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세종시 문제를 놓고 내가 박근혜 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박 대표를 비롯한 여권 일각에서 반대한 결정적인 이유로 "2007년 대선 초기 정운찬 전 총장이 대선후보에 버금가는 행보를 한 전력이 결정타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혀 근거없는 추론이었지만 내가 세종시 수정을 고리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를 2012년 여당의 대선후보로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의심을 사게 됐다"면서 "돌이켜 보면 당시 여권의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끝까지 세종시 수정안에 반대한 이유도 이와 전혀 무관치는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준우 기자 sowh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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